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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중순 서울 안산 자락길을 걷다가 개나리꽃을 발견했다. 철없이(?) 핀 개나리꽃을 본 적은 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는 더러 있었지만 아직 잎을 무성하게 단 가을에는 처음이었다. 기이하다고 생각해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는 등 부산을 떨었는데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소재가 되지 못했다. 가을 개나리 개화는 흔한 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떤 분은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활짝 핀 진달래 사진까지 올려주었다. 식물 개화 시기 교란은 이제 별난 사건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이 된 셈이다.
올해 중부지방 꽃소식도 3주가량이나 앞당겨졌다. 국립산림과학원 홍릉 숲의 복수초(福壽草)가 평균 개화일(2월13일±6일)보다 20일 정도 이른 지난달 26일 꽃망울을 터뜨렸다고 한다. 복수초는 가장 먼저 꽃이 핀다고 해서 원일초(元日草), 눈 속에서 핀 모습이 연꽃과 같다고 해서 설련화(雪蓮花), 주변의 눈을 녹이고 핀다고 해서 눈색이꽃, 얼음을 뚫고 나와서 핀다고 해서 얼음새꽃 등으로 불린다. 옆에서 보면 금잔화 같다고 해서 측금잔화(側金盞花)라고도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복과 장수에 대한 인간의 바람이 담긴 풀이다.
작년 겨울, 103년 만의 폭설 뚫고 핀 복수초 (출처 : 경향DB)
‘봄의 전령’으로 불리는 복수초는 겨울이 채 가기 전 언 땅과 잔설을 녹여 꽃을 피운다. 다른 키 큰 식물이 싹을 틔우기 전에 꽃부터 피우고 그들이 왕성하게 생장하는 6월부터 휴면기에 들어가는 독특한 생태를 가졌다. 뿌리와 줄기 등 식물 자체에서 열을 발산해 언 땅과 잔설을 녹인다. 오목한 모양으로 핀 꽃잎은 오목거울처럼 꽃 내부로 햇빛을 모아 수분하는 곤충의 몸을 데워주는 역할을 한다. 앉은부채, 변산바람꽃, 노루귀 등도 복수초처럼 눈 속에서 꽃을 먼저 피우는 ‘봄의 전령’들이다.
복수초의 이른 개화는 이번 겨울이 따뜻했던 데 원인이 있다. 특히 지난 1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7도 높았고, 1월20일 이후에는 5.4도나 웃도는 날씨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난 1월 평균기온이 지난해 12월보다 오히려 1.2도 높았던 초겨울과 한겨울 기온의 역전 현상도 한몫한 듯하다. 꽃소식과 함께 봄이 찾아온 것이 반갑기야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다.
신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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