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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3단계 대상은 민간위탁 종사자다. 2018년 고용노동부의 민간위탁 전수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위탁 사무는 총 1만99개이며, 종사자는 19만5000여명에 달한다. 사회복지 영역은 민간위탁 중 가장 많은 사무(4769개)와 가장 많은 종사자(7만2552명)가 있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는 사회복지관, 어린이집, 치매안심센터 같은 사회복지시설 대부분이 민간위탁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다.

헌법 제34조는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국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문제는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제공되는 공공서비스 대부분을 국가가 직접 수행하지 않고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는 효율성과 전문성을 이유로 공공서비스 전달을 민간에 맡기는 것을 선호해왔고 이 방식은 계속해서 확대되었다. 효율성과 전문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민간위탁의 장점으로 강조되었지만, 수탁기관의 부정과 부패,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로 인한 서비스의 질 하락 등의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대표적 민간위탁 분야인 사회복지서비스를 국가에서 직접 제공한다면 어떤 변화가 있을까?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사례를 보자. 2011년 광산구청은 ‘시민의 복지는 국가 책임이다’라는 기조하에 민간에 위탁했던 사회복지관을 구청 직영으로 전환했다. 민간 사회복지법인 소속으로 일하던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구청 소속 공무직으로 채용되면서 고용을 보장받았다. 노동자들은 공공부문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본연의 업무인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면서 일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 민간위탁 시절 노동자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해 잦은 이직을 초래한 후원금 모금 의무도 없어졌다. 안정된 고용 환경에서 근속기간이 늘면서 공공서비스의 지속 가능성과 질도 높아졌다. 사회복지 노동자의 더 나은 노동조건이 광산구 주민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 것이다. 사회복지관 직영 전환 이후 주민들은 자치회를 결성해 복지관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회복지관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공신력 있는 시설 운영에 따라 공공성이 확대되었고, 사회복지서비스 수혜자인 주민들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함으로써 만족도가 향상되었다.

사회복지는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한 국가의 책무이다. 국민의 더 좋은 삶을 위해 일선에서 공공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린다면 국민의 더 좋은 삶의 보장은 어려울 것이다.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개별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민간위탁의 정규직 전환을 통해 종사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추구하는 것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의 삶의 개선은 물론 서비스 수혜자의 삶을 개선함으로써 공동체 전체에 이득이 될 것이다.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 논의의 출발점은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이 국민에게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더 나은 노동조건을 통해 더 좋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노동존중 사회’와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정부의 국정과제를 달성하는 기본 전제인 것이다.

<조혁진 |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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