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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나에게 와줘서.”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 통신사의 AI 스피커 광고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아이의 얼굴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며 느끼는 장면과 아이를 부르는 목소리와 온 마음으로 아이를 느끼려는 엄마의 모습에서 저도 모르게 그만 눈물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100시간의 강의보다, 짧은 광고 속 모자의 모습이 ‘소통이란 무엇인가’를 더 잘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진실한 소통, 대화는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어려서부터 말하고 듣는 것에 관심이 유독 많았던 저는, 왜 사람들이 서로 가까이 앉아서 점점 소리를 지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커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의 물리적 거리는 심리적 거리와 다르구나.’ 그 생각이 들고 나서, 가까이 앉아 있어도 상대가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더 큰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것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몇 십년 후 저는 갈등관계에 놓인 사람들과 함께 모여 대화훈련을 진행하는 일을 하게 되었고 저와 마주한 사람들은 ‘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자신들의 상황을 말하면서, “어떻게 말을 해야 상대를 이해시킬까요?”라고 질문을 합니다. 교육생들은 그렇게 ‘말’을 배우고 싶어 하고, 강사들은 쉬지 않고 ‘말’을 합니다. 한 10초 이상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으면 교육생들은 제가 할 말을 잊은 것은 아닌지 술렁거립니다. 저는 엄마들을 대상으로 대화방법을 나눌 때, 말을 잠시 멈추고 눈을 감아보자고 합니다. 창문 밖에서 느껴지는 바람을 느껴보고, 들려오는 소리를 판단 없이 들어보고, 맡아지는 냄새가 있으면 맡아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눈을 뜨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보라고 합니다. 그 후 눈을 뜨고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나눕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말을 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급한 마음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논리 있게 상대를 제압하고 이기는 것이 대화를 잘하는 능력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결코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광고의 엄마처럼, 잠시 말을 멈추고 눈이 아닌 마음으로 바라보세요. 어쩌면 눈을 뜨고도 보지 못했던 것들이 마음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아이의 얼굴을 만져주고 아이의 작은 손에서 전해지는 체온을 느끼고 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같이 바라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우리를 만지고 우리를 안을 수 있도록 시간을 허락해주세요. “네가 있어 엄마가 이렇게 행복하단다”라고 가급적 많이, 그리고 자주 온몸으로 표현해주세요. 아이의 마음이 엄마의 마음으로 들어올 때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 합니다.

<박재연 |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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