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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우리는 하루에 몇 ℓ의 물이 필요할까? 우리는 우리가 하루 평균 280ℓ 이상의 물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궁금해한 적이 있을까? 과연 우리가 하루에 15ℓ의 물만을 사용할 수 있다면, 나의 삶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이 되는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주민들은 이런 변화를 곧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오는 4월부터 케이프타운은 수돗물 공급을 전면 중단하고 하루 한 명에게 25ℓ의 물만을 배급할 예정이다.
이런 물 부족 상황은 한 국가, 한 도시에 한정되지 않는다. 작년 우리는 물의 위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프리카의 케냐는 2017년 2월까지 계속된 가뭄으로 270만명이 식량안보의 위협에 직면하게 되면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다. 에티오피아는 2015년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2017년 6월 현재 850만명이 긴급 식량 지원을 받았다. 남수단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심각한 가뭄과 이에 더한 무력갈등으로 현재 인구의 절반 이상(약 500만명)이 심각한 식량위기 상황에 처해 있으며, 작년 2월 북부 3개 지역은 ‘기아’가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작년 어린이재단의 긴급 식량 지원을 받은 케냐 투르카나 지역에 사는 나루카(가명)는 세 아이의 엄마이다. 그녀의 남편은 가족이 키우는 20마리의 염소들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메마른 땅을 벗어나 에티오피아 국경을 넘다 국경수비대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한 달 후 일곱살배기 둘째 아들은 굶주림으로 끝내 숨을 거두었다.
물의 위기는 이러한 굶주림의 위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굶주린 아동들은 물이 없는 학교에 가는 대신 물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 아동들은 메마른 땅을 벗어나 가축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하루 종일 걷거나 돈을 벌기 위해 부모를 떠나 홀로 도시 지역으로 떠나야 했다. 여아들은 가족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해 조혼 그리고 성매매로 내몰린다. 우리 모두가 걱정해야 할 아동에 대한 폭력들이 물의 위기와 함께 찾아온다.
2018년 상반기 동아프리카에 속한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예멘 그리고 남수단에서만 1460만명이 가뭄과 이에 더한 무력갈등으로 식량 위기에 처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비영리단체들은 당장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식수 및 식량을 지원하고 위협에 처한 아동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물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고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돕기 위한 전 지구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어쩌면 우린 2011년 26만여명이 숨진 대기근의 경험을 다시금 되풀이할 수도 있다.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가벼이 여겨왔던 물, 이제 지구상의 어떤 이에게는 굶주린 채 잠들어야 하는 자식을 보는 부모의 아픈 마음만큼 무겁게 다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입을 헹굴 때 말고는 양치 중에 물을 틀어놓지 않는 것과 같이 물을 아껴 쓰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가뭄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돕기 위해 비영리단체에 후원하는 적극적인 행동도 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방법들을 실천에 옮길 때만이,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게 할 것이다.
<오원기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도적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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