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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의 자율주행차가 19일 미국에서 시험운행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고가 발생했다. 2년 전에도 테슬라의 전기차가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하다 추돌사고를 일으킨 적이 있지만 보행자 사망사고는 처음이다. 무엇보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자율주행차가 사망사고를 냈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전 세계 자동차업계는 물론 첨단기업까지 개발 경쟁에 뛰어든 상태이다. 한국도 2016년 특정 구역에서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을 허용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정부 주도로 자율주행차 조기 상용화를 위한 전담조직까지 만들었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사

이번 우버 차량은 고도자율주행 수준의 테스트를 진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보행자가 교차로의 횡단보도 바깥쪽에서 건너고 있었던 상황을 들어 우버 차량이 ‘보행자 주의’가 필요한 구역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한마디로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 차량이 도로를 달리다 사고를 냈다는 것이다.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초조감의 결과가 아닌지 걱정된다. 그런 측면에서 “안정성이 입증될 때까지 공공도로에서의 시험운행은 중단돼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차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현재의 상용화 수준은 운전자가 겨우 발을 떼고 가속과 감속 정도를 제어하는 단계이다. 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달릴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센서와 컴퓨터에 의한 상황판단이 최소한 사람의 능력에 가까워야 한다. 이론적으로 100% 완전하다 확신하더라도 그것이 실제 상황에서 100% 적용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다. 한국 정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 기준과 원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법과 제도 정비도 뒤따라야 한다. 현재는 사고 시 책임 소재나 보험 처리 문제 등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준비 없는 새 기술은 혼선만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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