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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기억으론 대통령 직선제 이후 대통령 후보들이 특정 분야에 대한 공통적인 동의와 지지를 했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난해 5월의 장미대선에선 보기 드물게 대통령 후보 모두가 한목소리로 공약한 주제가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의 물관리를 일원화하겠다는 것이다. 보수와 진보, 중도 진영의 학계까지 모두 환영했기에 문재인 정부도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관련 방향을 제시한 것이 아니겠는가. 정부 부처별로, 기관별로 나뉘어 있는 물관리, 더 나아가 수자원 정책을 일원화하는 것은 여러 장단점을 비교 분석하기 전에 상식적으로도 효율적인 측면의 실익이 큰 것임을 누구나 가늠해볼 수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서로에게 화살만 쏘면서 시간만 끌고 있다.

관련된 부처는 각 부처의 입장과 상부의 눈치만 보고 있고, 가장 전문적인 기관과 학계 또한 그간 쌓아온 지식에 근거해 올바른 목소리를 낼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여당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라도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는 또 다른 혜안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물관리를 일원화하겠다는 방향은 맞지만 지금같은 방법은 이미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도 반대할 수 없는 방법을 제시해 물관리를 일원화시킬 생각을 해보자.

현재까지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물관리 일원화 관련 법안의 골자는 특정 부처로 물 관련 업무를 통합시키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이해이다. 새로운 정부에 맞게 새로운 정부 조직을 완성하고 싶은 정치적 목적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오히려 그 목적 달성을 위한 접근 방식 때문에 야당의 동의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환경부로 통합시킨다고 뜻하는 대로 효율적인 물관리가 될 것인지 현실을 감안해서 곧 직면할 향후를 예상해보자. 국민적인 관심도가 낮아서 잘 모르고 있지만 현재도 진행 중인 물 관련 분쟁이 광역단체 간 힘겨루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 실제 상황이다. 광역단체장은 수십만, 수백만 유권자의 투표로 선출된 막강한 권력이다.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거취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물분쟁에서 아무리 중앙부처라도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부가 갈등을 중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는 없다. 차라리 국토교통부라면 각 지자체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또 다른 SOC 사업 권한이라도 있기에 중재 시도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말이다. 그렇다고 국토부로 통합시키자는 얘기도 아니다.

더 크게 생각해보자. 물이란 자원은 생존을 위한 근원적인 존재가치를 지니고 있는 만큼 연관된 분야도,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다. 이런 중요도를 감안한다면 어느 한 부처로 통합하려 하기보다는 오히려 통합의 시너지와 갈등 중재에 필요한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의 독립 위원회 설치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 물과 관련된 부처는 단지 국토부나 환경부만이 아니다. 농업용수와 관련된 농림축산식품부, 공업용수와 관련된 산업통상자원부, 지방단위 상하수도 문제와 관련된 광역자치단체 등 관련된 모든 행정부처, 기관에서 대통령 직속 물관리위원회로 전문인력을 파견 보내 정책을 수립, 추진해야 제대로 된 물 관련 서비스가 국민에게 제공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라도 야당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할 수 없는 독립 위원회 설치로 물관리를 일원화하는 방안 연구를 시급히 추진해주길 여당에 바란다.

<김순구 성결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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