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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과 만나 오는 4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합의대로 이뤄진다면 남북 분단 최초로 북한 최고지도자가 남측 지역을 방문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또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은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6일 서울로 귀환, 문 대통령 보고 후 가진 평양 방문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전했다. 이로써 남북관계 발전은 물론 비핵화,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의 전기가 마련될지 기대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 조선노동당 본관 진달래관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 문 대통령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을 통해 전한 6가지 내용은 하나같이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어온 난제들을 풀 열쇠나 다름없다. 그것도 북한으로서는 체제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으로 간주해온 핵심적인 문제들이다. 외부세계가 예측한 범위를 넘는 큰 양보를 한 김 위원장의 파격과 결단이 놀랍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로 받아들이고 싶다. 향후 북측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김 위원장이 표명한 내용으로만 평가하면 전례 없는 변화를 가져올 큰 결단으로 보인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의구심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전쟁 반대와 북핵의 평화적 해결 의지를 견지해온 문 대통령의 손을 맞잡아주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국면 전환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이 김 위원장의 신년사와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선수단 및 대표단 파견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신뢰를 구축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기로 한 것부터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과 남한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의 안전 문제를 국가의 최고 목표로 삼는다. 지금까지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이 모두 평양에서 열린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남한과 미국의 보수세력은 ‘조공 정상회담’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따라서 비록 판문점이지만 김 위원장의 남한 행보 약속은 파격 그 자체로 남북관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남북관계 발전과 교류협력이 다시는 현상변경되는 일이 없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남북이 정상 간 핫라인을 개설하자고 합의한 것도 환영할 일이다. 정상 차원의 소통을 통해 한반도 현안을 수시로 논의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을 도모하고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한반도 정세의 최대 관건인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대북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북핵이 체제안전용이라고 밝힌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려하는 것과 달리 남한과 미국에 대한 공격이나 협박용이 아니라는 선언인 셈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 문제 협의 및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미국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용의를 표명한 것과 연결된다.

물론 김 위원장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발언은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폐기해야 북핵을 폐기할 수 있다는 기존 논리와 맥이 닿아있기 때문이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북측이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김 위원장의 언명은 북한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지만 최고지도자의 육성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이 북핵 문제를 둘러싼 여러 장애물들을 제거함으로써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대화에만 응할 수 있다는 입장에 맞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북한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정부는 대북특사단을 곧바로 미국으로 보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비핵화 및 북·미대화 의지를 전하고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북·미대화가 열릴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만이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도 특사를 보내 남북 접촉 결과를 설명하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과 북핵 대화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얻는 노력을 벌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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