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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지난 한주 내내 숨 막히는 날의 연속이었다. 뾰족한 대책 없이 중국 탓만 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가 실시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를 발령해 3일간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펼쳤는데,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공짜운행은 하루 50억원의 혈세 낭비일 뿐”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19일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100억원짜리 포퓰리즘이라고 공격에 가세했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이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차량2부제의 민간 참여 법제화와 실질적인 교통수요관리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하루 50억원 예산으로 3일 동안 시행했으니 지난주에만 150억원을 썼다. 시민들에게 정책이 인지된 3일차에 전 주와 비교해 시내버스는 9.4%, 지하철은 5.8% 이용률이 증가하고, 교통량은 2.4% 감소했다고 한다. 정책을 집행할 때 예산 대비 효과를 따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논쟁을 보면서 지나치게 효율성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루 50억원이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 2채 가격 정도이다. 더구나 그 돈은 사라진 것도 아니고 서울시민들의 교통카드에 고스란히 적립되어 있다. 교통정책으로만 보더라도 세계 여러 도시들이 자동차 중심의 교통체계를 바꾸기 위해 무상교통제도 도입을 실험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평상시도 아니고 미세먼지 대책으로 실시한 정책에 대해 예산낭비만 부각하는 것은 과하다.

미세먼지는 정말 괴롭다. 노약자와 어린이들에게 치명적인 데다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 교통경찰관, 노점 상인들의 수명을 갉아먹는다. 정부와 지자체가 손 놓으면 비용은 개인에게 부담된다. 이미 마스크와 공기청정기가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50억원으로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를 사서 나눠주라는데, 그야말로 예산으로 기업들 좋은 일만 시키는 임시대책이다. 공공에서 대책을 세워 배출량 자체를 줄여야 환경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환경문제를 공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투입하는 예산에는 왜 이리 인색한 것일까? 4대강처럼 24조원을 쏟아 강을 한 번에 끝장내버린 정책에 대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정치인은 드물었다.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 출마자는 “남경필은 틀렸고, 박원순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대중교통 무료정책에 환영을 표하면서도 차량통행량 저감을 위해 차량 의무 2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버스중앙차로 등 도로변과 지하철 실내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 중 평균 미세먼지 농도보다 높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주문했다. 박원순 시장도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차량 의무 2부제를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자, 이제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논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서울시와 녹색당은 강제 2부제와 친환경차량 등급제를 제시하고 있다. 더 나아간다면 교통부문 초미세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도로차량, 즉 포클레인과 같은 건설기계와 물류차량에 대한 규제와 지원 대책도 수립해야 한다. 이제 가성비를 따지는 남경필 도지사와 안철수 대표의 답을 기다린다. 정부와 국회도 2부제 시행에 협조할 것인지 관망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미세먼지 대책이 어려운 것은 석탄에너지, 개발, 편리한 자동차에 익숙해진 우리의 욕망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걸 끊지 못하고 주저주저하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동안 우리 폐는 썩어갈 것이다. 숨통이 트이는 결단을 바란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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