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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9일자 지면기사-

지난 1년은 우리 사회에 끝이 없을 적폐의 큰 줄기를 수면 위로 드러내기조차 버거운 시간이었지만, 썩고 곪은 부위를 드러낸 것만으로도 이미 우리의 민주주의는 한걸음 나아갔다고 본다.

2018년은 적폐의 잔가지를 모두 끌어올려 환부를 깨끗이 도려내는 작업을 지속해야 할 것이며, 우리는 촛불정신을 각자의 생활 속으로 옮겨와 보다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실천의 해로 만들었으면 한다.

작년 한 해 민주주의의 진일보에도, 환경과 관련한 우리 사회의 문제는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매년 악화되는 환경문제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우리는 불안에 떠는 ‘선량한 피해자’이길 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인지해야만 한다.

많은 산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온난화와 중국의 영향 없이도 도심 내부에 짙게 드리운 미세먼지, 근본 문제를 도외시한 반복되는 가금류 대량 살처분과 오염, 경주와 울산의 지진에서 겪었듯이 언제 재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원전, 최악의 하천오염, 좀 더 생활과 밀접하게는 수돗물과 음료수·해산물·소금에까지 들어 있는 미세플라스틱, 아무런 정보 없이 가공식품에 혼입되는 유전자변형농산물,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안전한’ 각종 농약과 화학물질들에 둘러싸인 우리는 모두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진실은 그리 많지 않음을 인식해야만 한다.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혁신적 약품이라 선전하면서 살포하던 DDT 살충제가 이제는 조금만 발견되어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 상황이 되었으며, 과학이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는 지금은 더 심해져서 가습기 살균제, 물수건, 생리대, 기저귀 문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사회가 되었다.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을 환경보다 돈벌이가 우선인 기업과 성장을 명목으로 기업을 우선하는 국가에 의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고 안주할 수 있는 사회는 분명 아니다.

정의롭고 안전한 사회로의 기대와 함께 올 한 해 무엇인가 열심히 하고자 다짐한 것들이 벌써 흐지부지될 시간이다. 이 시점에서 올 한 해 나와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그동안 해왔던 무언가를 하지 않거나 줄이는 다짐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한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여러 실천운동은 하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먼저 화학제품이 우리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기업 광고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문제 유발 화학제품은 약간의 관심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이들의 사용을 줄인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 오히려 더 건강해질 뿐이다. 조금의 불편함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우리는 당연히 이 불편함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아울러 정부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시민의 협력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이미 많은 국가가 시행하고 있는 ‘비닐봉투 사용금지’나 독일 함부르크시의 ‘정부 건물 내에서의 1회용품 구매 및 사용금지’와 모든 커피숍의 ‘재사용 컵 사용’ 등과 같은 전환적 정책은 환경평가 최악의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흐지부지할 규제가 아니다. 정부는 환경부나 국회, 시의회에서만이라도 스스로 1회용품 사용금지를 우선적으로 실천해보면 어떨까 한다.

촛불혁명은 누가 가져다준 것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 또한 누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기업을, 다른 나라를 비난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없다.

과도한 편리는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남을 인식하고 ‘조금 불편할 준비’를 하는 데에서 ‘생태민주주의’는 시작되며, 나와 내 주변을 위해 이 불편함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는 생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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