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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요즘처럼 ‘북극한파’나 몰아쳐야 사정이 좀 나아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니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를 쓰라는 일기예보를 들으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미세먼지로 뒤범벅인 날씨에 누가 밖에 나가고 싶을까.

누구는 스모그가 평등하다고 했다지만, 스모그도 미세먼지도 평등하지 않다. 미세먼지에 대한 노출 정도는 개인 형편에 따라 달라진다. 미세먼지가 심하면 밖에 나가지 않을 수 있고, 실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외출할 땐 승용차로 바깥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보다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미세먼지가 심해도 ‘야외활동’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스크도 없이 미세먼지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국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쪽이 미세먼지에 덜 노출되는 셈인데, 에너지는 미세먼지와 직간접으로 연결된다. 미세먼지 발생에 따른 책임과 피해는 비례하지 않는다.

미세먼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충남 보령과 당진을 비롯한 석탄화력발전소 지역주민들은 발전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로 큰 피해를 겪어 왔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대공장이나 대도시로 보내지니, 지역주민들은 애꿎은 피해자들이건만 사회적인 관심은 크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사회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가 영향을 받고나서다. 지역에 따라 미세먼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달라진다.

미세먼지가 심해지면 원성과 비난이 중국으로 쏟아진다. 하지만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배출되는 이유와 그 과정에서 수혜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오염물질 배출국으로 비난을 받곤 하지만, 정작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중국에서 생산한 상품으로 이익과 편익을 취하는 것은 누구인가? 우리나라도 이런 물음에서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은 국외 요인 못지않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가 극성을 떨었던 지난주에 국외 요인이 국내 요인보다 컸던 날은 하루도 없었다고 진단한다. 국내의 주요 배출원은 석탄화력발전소, 자동차, 산업시설 등이니,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결국 우리 모두가 미세먼지의 발생에 책임이 있다. 우리의 생활양식 자체가 미세먼지의 발생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러니 미세먼지 대응에는 정부와 지자체 못지않게 우리 시민들의 몫이 중요하다.

미세먼지는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또는 누리고자 열망하는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양식에 대한 깊은 반성과 거기에 따른 변화의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개인 차량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실천이다. 그런 실천들이 많이 쌓일수록 차량2부제 같은 제도적인 대책도 힘을 받을 것이다. 물론, 포기에서 오는 불편이 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미세먼지에 책임이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기꺼이 껴안아야 할 불편이다.

미세먼지로 탁해진 공기를 들이켜며, 깨끗한 공기는 사람만 필요한 게 아니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에 생각이 미친다. 그러나 공장식 축산은 이윤에 최적화된 극도로 밀집되고 폐쇄된 공간에서 가축을 사육한다. 가축들은 자신들의 배설물에서 나온 암모니아로 찌든 공기 속에서 평생을 갇혀 지낸다. 피할 곳은, 없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가축들이 겪는 고통은 얼마나 지독할까. AI나 구제역이 발생하면 엄청난 수의 가축을 살처분하는 참극과 호들갑을 반복해도, 여전히 변함없는 공장식 축산은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잔인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생명보다 돈을 더 중요하게 여기다보면, 결국 인간 생명도 돈에 종속되기 마련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다는 불길한 조짐이 나타난 지 오래다. 미세먼지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은, 참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우리의 현실이다.

<조현철 신부·녹색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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