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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수산단의 대기업들이 측정치를 조작해 대기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한 사실이 적발되고,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에도 심각한 허점이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다. 특히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서 전국 1위인 현대제철은 허용기준의 5배 이상을 초과해 시안화수소를 불법 배출하고, 오염물질 저감장치 고장을 숨긴 채 5년째 가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안화수소는 흔히 ‘청산가스’라고 불리는 독성물질로 일반적인 대기오염물질보다 인체에 더 유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은 환경부의 배출허용기준 강화조치를 무색하게 만든다. 환경부는 금년부터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의 배출허용기준을 최대 2배 강화했다. 그러나 ‘예외인정 시설’로 삼천포화력 1~6호기, 보령화력 1·2호기, 호남화력 1·2호기, 동해화력 1·2호기, 현대제철 등을 지정했다. 수많은 사업장에 유예나 면제 특혜를 주었다. 심지어 삼천포화력 5·6호기의 경우 강화 전 황산화물 기준이 100 이하인데 현재 140 이하를 적용한다. 

배출기준 자체도 대기환경보전법에서 예외적으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는 인천 영흥화력보다 여전히 2~4배 느슨하다. 영흥화력의 경우 2003년 강화된 기준이 이미 15년 이상 적용돼왔다는 점에서 전국의 모든 석탄발전소 배출기준을 영흥화력 수준으로 강화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부터 배출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예외를 금지하며 초과배출 부과금을 현실화해 미세먼지 원인물질의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전국 배출량의 약 4분의 1을 배출하는 충남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저감 대책이 필요하다. 충남도는 2017년 석탄발전소만을 대상으로 보다 엄격한 배출허용기준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너무 긴 탓에 금년부터 적용된 환경부의 배출기준 강화에 추월당해 적용되기도 전에 사문화될 상황이다. 지난달 늦게나마 제철업, 석유정제업 등을 포함한 것은 다행이지만, 2021년에야 적용될 예정인 조례의 배출기준은 현재 적용 중인 환경부 기준보다 20% 강화된 정도에 불과하다. 겨우 20% 강화로는 환경설비 개선이나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다. 

충남도는 적어도 배출허용기준을 2021년까지는 영흥화력 수준인 현재 환경부 배출기준의 50% 정도까지 낮추고, 2023년엔 30%까지 낮춰야 한다. 환경부도 미세먼지 다량배출사업장을 답사해 매연을 맹렬하게 거대하게 내뿜는 굴뚝들을 바라보고, 미세먼지에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위해 어떤 배출기준을 설정할지 고민해 보시라.

<신현기 | 당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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