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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석탄이 기후변화의 원인이며 치명적인 대기오염 물질로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석탄 투자는 지속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외 석탄 투자의 큰손인 한국, 중국 등의 나라들은 개발도상국엔 석탄 발전이 유용하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도국의 요구에 응답할 뿐이라는 것이다. 과연 이 투자는 개도국 경제와 산업에 유익할까?

반부패 시민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최근 인도네시아 석탄 산업과 연계된 비리 조사 보고서 두 편을 발표했다. 수년간 철저한 보안 아래 이뤄진 조사 결과로, 향후 추가적 증거들을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 조사는 한국 정부가 향후 인도네시아 석탄 투자 중단을 고려해야 할 상당한 이유를 제시한다.  

첫 번째 보고서는 지난 17일 열린 인도네시아 대선에 부통령으로 출마했던 정치인 산디아가 우노를 겨냥한다. 우노가 인수한 인도네시아 거대 석탄 기업 ‘베라우 석탄에너지’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정체불명의 역외 기업 ‘벨로드롬’에 자문료 명목으로 4300만달러라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했다. 베라우 석탄에너지는 이외에도 우노와 연관된 기업에 꾸준히 거액의 자금을 유출했고 베라우는 기업 재정 악화로 수억달러에 이르는 채무불이행에 빠졌다. 손해는 투자자에게로 돌아갔다. 우노의 부정은 자칫 인도네시아 자국 내의 흔한 부패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위트니스를 비롯한 해외 단체들은 한국과 같은 투자국도 여기에 상당한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거기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인도네시아 석탄 산업에 관련된 부패는 단순히 정치인 한둘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우노뿐만 아니라 현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인 조코 위도도의 측근인 해양부 장관 루훗 빤자이딴 또한 석탄 관련 비리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과거 석탄 기업 ‘토바 바라 세하트라’를 익명의 구매자에게 비공개 액수로 판매했는데,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또 몇 년 전에는 인도네시아 국회의원 여럿이 일본 및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석탄 발전소 증설 계약을 내주었다가 발각되기도 했다. 

둘째, 한국은 해외 석탄발전 금융지원 규모 세계 2위 국가다. 최근 수주를 알린 두산 자바 9, 10호기 신규 석탄발전소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내 다수 석탄발전소의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 소유의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산업은행이 투자 주체인데, 이 중에는 최초 건설 허가 자체가 불법이라고 판결 난 찌레본2 발전소도 포함돼있다. 현재 찌레본 지역장은 기반시설 사업과 관련하여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다. 

셋째, 한국의 석탄발전 투자는 국제적인 평판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석탄발전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앞당기는 데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부패로 얼룩진 인도네시아 석탄 비리를 유지하는 데 연루되는 위험을 자처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인도네시아 석탄 투자는 심각하게 얼룩진 석탄 비리를 심화하는 데 한 요인이 될 뿐이다. 

잇따른 인도네시아 석탄 산업의 부패 의혹들은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정부는 파리협정의 협약국이면서 기후변화 리더임을 주장한다. 그러나 석탄발전 금융지원을 계속하는 이상 한국은 기후변화 리더가 될 수 없다.  

글로벌 위트니스는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즉각 중단하길 요구한다. 한국 투자자들 또한 여전히 인도네시아 석탄발전에 재정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면 일련의 사건들을 중대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애덤 맥기번 | 글로벌 위트니스 선임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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