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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새로운 법률을 만들 때는 정부(주무부처)가 발의한 법안을 국회가 심의하거나,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주무관청이 의견을 개진하는 등으로 입법이 진행된다. 즉 하나의 제도가 실정법으로 제정되는 과정에는 정부 부처 간 업무분장 기준에 따라 이를 관장할 부처가 자연스레 정해지기 마련이며, 그 해당 부처는 국민과 국회의원들에게 입법의 당위성과 거양효과를 적극 설명하거나 대안을 제시하는 등으로 입법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순리나 상식과는 달리 유관부처 간 이견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집행을 계획해야 할 소관청이 정해지지 않아’ 17대 국회부터 번번이 무산되거나 제자리걸음만 거듭하고 있는 의원입법안이 있어, 우리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법안이 바로 현재 안전행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 1건씩 계류되어 있는 민간조사업(사립탐정) 도입 법안이다. 그야말로 ‘손 잡아 줄 사람이 없어 춤을 출 수 없는 꼴’이 된 법안이다.

물론 처음 도입되는 제도이니만큼 소관청 지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는 있다. 이견은 있을 수도 있고 상호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이견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는 모르나 조율에 너무나 긴 세월을 보내고 있어 우리 정부가 지닌 비능률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이에 2012년 12월 민간조사업 도입을 발의한 윤재옥 의원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국민이 원하고, 경제유발 효과도 큰 민간조사업 신직업화가 정부의 소관청 미결로 입법에 차질을 빚고 있으니 빨리 정해 달라’고 공식 촉구하기에 이르렀으며, 이완구 총리는 ‘부처 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게 하겠다’고 답변했으나 진전된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민간조사원·탐정 이미지 (출처 : 경향DB)


사실 민간조사업(사설탐정) 법제화 관련 법안의 경우, 음성적 민간조사의 폐해 근절과 국민들의 사실조사 수요에 대한 안정적 서비스 시스템 마련 차원에서 10년 전부터 8건의 의원발의가 있었으나, 이 중 6건은 소관청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다 임기만료로 폐기되고 현재 2건이 심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것마저 관리감독권을 둘러싼 법무부와 경찰청 간 이견으로 이렇다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법무부는 제도 운영의 투명성 제고, 경찰청은 관리감독의 실효성을 강조하며 자신들이 소관청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하지만 민간조사원(사립탐정)을 직업으로 안착시킨 선진국의 사례, 민간조사업의 특질, 해당 부처의 구체적인 민간조사원 통제 방안, 민간조사업 중·장기적 선진화 청사진 등을 평가해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

이제 우리 모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여망이자 시대적 요청인 민간조사제도 법제화가 특수직역의 유·불리나 부처 간 편협한 이기주의로 또다시 지체되는 일이 없기를 소망해 본다.


김종식 |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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