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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배움에 불탄 신성한 각오와 장차 동아를 짊어지고 나갈 꿋꿋한 역군이요, 사회악에 물들지 않은 백합같이 순결한 청춘이요, 학도이다.”

지난 2월6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을 통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28 민주운동 당시 10대 고등학교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에 맞서 교실을 박차고 나가기 전 낭독한 결의문의 일부이다.

아직 2·28 민주운동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2·28 민주운동은 독재와 부정부패에 항거하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 민주화운동이다.

지금 세계가 경탄하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3·15의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의 헌신으로 이룩되었으며, 그 기나긴 여정의 시발점에 대구 2·28 민주운동이 있다.

1960년 3·15 대통령선거를 보름 앞둔 2월28일 일요일. 야당의 대규모 선거유세가 예정되자 당시 자유당 정권은 많은 시민과 학생 등 청중이 몰리는 것을 방해할 목적으로 각 학교에 일요등교 지시를 내렸다. 토끼 사냥, 영화 관람, 시험 일정 변경을 핑계로 학원을 통제하기 위한 부당한 일요등교 지시에 경북고등학교를 비롯한 대구지역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은 당시 폭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섰다.

거리로 나선 학생들은 “횃불을 들어라, 동방의 빛들아”라는 구호를 외치며 독재와 부정부패에 항거했다. 민주주의를 향한 순수한 마음으로 시위에 참여한 1720여명의 학생 중 30여명이 부상당하고 190여명이 경찰에 연행되었다. 하지만 대구 2·28 민주운동에서 보여준 학생들의 용기는 전국으로 퍼져 3·15의거와 4·19민주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민주주의의 단단한 뿌리를 내렸다.

‘미래의 꿈나무’인 학생들이 보여준 순수한 열망이 독재라는 어두운 현실에 민주주의라는 희망의 빛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 빛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2·28 민주운동 국가기념식 격상은 매우 뜻이 깊다.

내일, 그 뜻 깊은 기념식이 열린다. 이번 기념식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에서는 정부기념일 제정 이후 거행되는 첫 번째 기념식인 만큼 당시 민주운동을 재현한 거리 행렬, 2·28기념탑 참배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통해 2·28 민주운동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기념식 전체를 뮤지컬 형태로 극(劇)화하여 2·28 민주운동의 정신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기존의 일방적인 기념식 관람을 넘어 무대와 객석, 출연자와 참석자가 상호 소통하고 호흡함으로써 현장성과 역동성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당시 2·28 민주운동이 학생 주도의 자발적인 민주화운동이었던 점을 상기하고, 그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당시 시위 참여 8개교 후배 학생들이 기념식의 실질적인 주체로서 결의문 낭독, 기념공연 등 곳곳에 출연하여 그 의미를 더할 예정이다.

이번 기념식을 통해 2·28부터 3·15의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으로 면면히 이어지는 ‘민주의 횃불’은 국민과 함께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이번 기념식으로 사회변혁을 주도했던 학생들이 보여주었던 순수한 용기가 자라나는 청소년들로 이어져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찬 행진으로 계속되기를 바란다.

<피우진 |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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