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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로 헌정 사상 처음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재판 심리가 27일 마무리됐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 기소된 지 10개월 만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원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징역 30년은 현행법상 유기징역 최대 형량이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을 구형한 것은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기문란을 야기한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태의 또 다른 ‘주범’ 최순실씨에게 징역 25년을 구형한 바 있다. 최씨는 민간인 신분인 만큼, 최고위 공직자였던 박 전 대통령에게는 더 무거운 형량이 구형될 것으로 전망돼왔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이자 비선 실세에게 국정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으로 규정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직무권한을 자신과 최씨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남용했다”면서 “국가기관과 공조직을 동원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질서, 직업공무원제 등 헌법에 의해 보장된 핵심 가치를 유린했다”고 질타했다. 특히 국가적 혼란과 분열을 초래하고도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최씨와 측근들에게 전가하는 점 등을 들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하며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거부해온 박 전 대통령은 결심공판에도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면 최후진술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별도로 진행 중인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사건 공판준비기일에도 불출석한 터다. 재임 중에는 국정농단으로 헌정질서를 유린하더니, 탄핵으로 파면된 후에는 사법방해로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으니 기막힐 따름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은 “실수가 있더라도 대통령으로서 불철주야 노력한 점을 감안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본다.

최순실씨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지난 13일 최씨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주된 책임은 헌법상 책무를 방기하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지위와 권한을 사인에게 나눠준 박 전 대통령과, 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한 최씨에게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통령 사건도 같은 재판부에서 맡고 있는 만큼, 최씨가 유죄를 받은 혐의에 대해선 박 전 대통령도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혐의가 더 많은 박 전 대통령에게는 징역 20년 이상의 중형이 불가피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단죄는 단순히 ‘피고인 박근혜’에 대한 심판이 아니다. 시민의 상처를 치유하고, 역사적·사법적 정의를 다시 세우며, 미래의 위정자들에게 교훈을 남기는 일이다. 박 전 대통령의 민사소송 대리인 도태우 변호사에 따르면, 최근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보수단체를 ‘애국단체’, 그들의 활동을 ‘애국활동’이라 칭하며 관심을 표했다고 한다.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주권자에게 엎드려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정치보복의 희생양이라도 된 듯 행동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최악의 국정농단으로도 모자라 법치까지 부정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재판부는 준엄한 심판을 내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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