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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3차례의 큰 산업혁명을 거쳤다. 산업혁명을 잘 활용한 나라들은 선진국으로 발돋움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식민지로 전락했다. 한국도 1차 산업혁명의 기회를 잡지 못해 일제 지배로 고통을 당했다. 그러나 2차 산업혁명에 지혜롭게 대처하여 세계가 인정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기회 앞에서 국가의 흥망이 달린 갈림길에 서 있다.

메가트랜드의 큰 흐름으로 보아 4차 산업혁명이 성공하려면 가장 먼저 과학문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정서가 생활과학화되어야 한다. 역사가 짧은 미국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이나 시카고과학산업박물관을 놀이동산처럼 여기며 찾는다. 박물관 측은 1차적으로 박물관을 시민들의 과학 관문이라 인식하여 아동들에게는 재미와 동기를 부여하고, 성인에게는 기초과학이나 원리 등의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러한 선순환구조가 과학문화를 이끌어 냈고, 미국이 세계 최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경제대국이 되는 원동력이었다.

우리의 현실은 암담하다. 초등학생 때 단체로 박물관이나 과학관을 가끔 방문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박물관을 찾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설사 단체나 개인이 박물관을 찾아도 방문자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활동지나 교육프로그램 수준은 지극히 얇다. 노벨상 시즌이 되면 한국은 후보자 명단에도 끼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하지만 우리의 교육을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이상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방한 때 충고의 말을 한 지도 12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교육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올해 문재인 정부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공론과 중지를 모아야겠지만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물관과 학교를 연계한 한국식 융합교육(STEAM)도 시급히 활성화되어야 한다. 과학관에서는 학교영역에서 할 수 없는 과학 교보재를 만들어 서로 공유하면서 과학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박물관과 과학관, 학교를 관할하는 정부 부처가 달라 교육프로그램의 공유도 어렵다. 정부는 박물관 참관을 일반 관광의 성격이 아닌, 교육관광이 되도록 정책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 세계적인 박물관 명소를 분석해보면 대부분 교육관광이다. ‘박물관이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곳’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은 기회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의 기회를 활용하여 미래 선진 강국의 대한민국을 만들자!

<박종락 | 한국전통창조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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