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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최전선에서 일하는 직업군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메르스 바이러스에 가장 먼저 노출되는 집단이 바로 이들인데, 병원 측은 이들에 대한 격리는 고사하고 노출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은 3명의 직원들(35번째, 137번째, 138번째)은 5월27~29일 사이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에게 노출됐는데도 병원 측의 자체 격리대상 명단에서 빠졌다. 이들은 병원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젊은 의사들이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병원이송요원으로, 삼성 경영진의 명령에 무조건 따라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삼성 자본의 은폐문화 희생양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이 외에도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여러 번 진실을 은폐했다. 예를 들면, 14번째 환자가 첫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됐다는 것을 몰랐다고 한 점, 14번째 환자가 5월31일 메르스 양성 확진을 받았는데도 6월7일까지 은폐한 점, 이 병원의 의사인 35번째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숨긴 점,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6월7일 14번째 환자와 관련된 893명을 격리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메르스 노출자를 다 발표하지도 않았고 노출자들에 대한 신속한 격리조치와 병원의 폐쇄 등을 하지도 않은 점으로 볼 때, 삼성 자본이 얼마나 진실을 은폐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72명의 메르스 환자 중에서 병원의 관리명단에 없던 확진자가 34명에 이른다. 이 사실만으로도 삼성서울병원의 진실 은폐가 메르스 환자들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삼성 자본의 이윤 추구가 삼성서울병원으로 하여금 메르스 유행의 진원지가 되게 만들었다면, 삼성 자본의 은폐문화는 메르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데 불을 지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삼성 자본의 은폐 사례는 이번 메르스 사태 말고도 여러 번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삼성 백혈병’이다. 삼성 자본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암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모든 이전 자료를 은폐했다. 그들이 은폐하는 방식은 문제가 되었던 옛 공정을 다 없애버리고 그 자리에 새로운 공정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면 조사를 나온 정부기관이나 역학조사기관들이 물질 하나 나오지 않는 신설된 공정에서 작업환경 측정을 하니 위험물질이 없다고 보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노동자들의 질병과 사망 자료를 철저히 숨기는 한편,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찾아다니면서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협박과 회유를 했다. 이번 메르스 환자 발생을 숨긴 것도 삼성 자본의 은폐 방식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삼성 은폐문화의 본질은 바로 이윤 추구라는 기업의 목적 달성에 있다. 이윤 추구를 최고의 목표로 삼고 있는 재벌기업의 거대 독점자본이 인간의 생명을 담보해야 할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이러한 모순이 폭발된 것이 바로 삼성 메르스 사건인 것이다.

차단벽이 설치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앞으로 16일 한 병원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민영 의료기관이 오직 자신들의 사적 이윤 추구만을 위해 돌진할 뿐, 공중보건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구나 자본가 계급은 이번에도 메르스의 위기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삼성 경영진은 자신들의 소유로 여기는 삼성서울병원이 사실은 그들의 것이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생산해내는 4000여명의 노동자들의 것이며, 사회의 재생산에 기여하는 측면에서 볼 때 이미 사회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온 국민이 힘을 모아 사적 이윤 추구에 눈이 어두워 병원의 사회적 역할을 가로막는 독점자본을 병원의 경영에서 손을 떼게 만들어야 한다.


손미아 |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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