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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의료혁신투쟁위원회라는 단체가 “박원순 시장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했다. 앞서 법무부와 검경은 ‘메르스 괴담’ 엄단 방침을 밝힌 바
있는데, 박 시장을 사실상의 첫 표적으로 삼은 셈이다. 메르스 잡는 데는 둔한 정권이 ‘박원순 흠집 내기’에는 왜 이토록
기민한가. 메르스 대란의 와중에 박 시장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것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고발 단체는 박 시장이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35번째 환자)가 재건축 행사에 참석해
1500여명이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고 언급한 것을 문제 삼았다고 한다. 이후 해당 환자가 억울함을 토로하자 박 시장은 “당사자와
의료진에게 마음의 상처가 됐을지 모른다. 유감의 말씀을 드리며 쾌유를 기원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럼에도 제3자가 이를
고발했고, 검찰은 기다렸다는 듯 수사에 착수했다. 현 정권 들어 보수단체가 진보·야권 인사를 고소·고발하면 검찰이 ‘청부수사’하는
게 관행화했는데 이번에도 같은 패턴이다.
스포츠경향 표지, 박원순 서울시장 (출처 : 경향DB)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 적시로 관련 인사의 사회적 평가가 급락해야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은
35번째 환자의 실명을 특정하지 않았다. 또한 박 시장 발언은 정부의 메르스 관련 정보 공개를 촉구하는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실제 박 시장 회견을 계기로 정부는 비밀주의를 포기하고 정보공개 쪽으로 돌아섰다. 설사 발언 내용이 허위였다 해도
위법성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면 목적은 박 시장 기소가 아닐 것이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선두에 나선 박 시장에게 타격을 주고, 정부의 초동대처 실패를 물타기하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짙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자체가 (메르스에) 독자적으로 대응하면 국민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박 시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과도 무관치 않을 법하다.
‘괘씸죄’에 대한 심기경호성 수사란 얘기다.
수많은 시민이 감염되고, 격리되고, 희생되는 절박한 시기에 정권이 정치적 계산이나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 메르스와 싸워야지, 박 시장과 싸울 때가 아니다. 검찰은 박 시장 수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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