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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보호관찰소는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청사가 없는 국가기관이다. 청사 이전 시도가 지역민들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2009년 성남시 수정구에서 분당구 구미동으로 청사를 옮기려 했지만 공사는 시작도 못했고, 2010년 노동부가 쓰던 야탑동 구청사에 들어가려던 계획도, 2013년 서현동으로 이주하려던 시도도 물거품이 됐다.
보호관찰소는 법원에서 보호관찰·사회봉사 수강명령을 받은 이들과 가석방자 등을 관리하는 기관이다. 주민들은 보호관찰소가 지역에 생기면 범죄 전력이 있는 보호관찰 대상자들이 청사를 드나들게 되면서 주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는 이유를 들어 이전에 반대했다.
청사 이전이 무산되자 성남시청의 중재로 민관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고, 대책위는 성남시청에 관찰소 직원들이 업무를 볼 임시행정사무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보호관찰 대상자의 신고 접수나 구인 등의 업무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와 수원보호관찰소에서 진행토록 했다. 직원들을 위한 사무실은 허락했지만 보호관찰 대상자의 출입은 끝까지 용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행정 사무는 성남시청에서, 보호관찰 대상자 지도·감독 업무는 타 지역 관찰소 2곳에서 처리하는 기형적인 형태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
올 초 직원이 늘면서 직원들 대다수가 근무하고 있는 서울동부보호관찰소의 사무공간이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2010년 확보만 해놓고 쓰지는 못하던 야탑청사에 문서고를 옮기고 보호관찰 자원봉사자 교육 및 회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자 했다. 모두 보호관찰 대상자가 출입하는 시설이 아니다. 그럼에도 야탑3동 주민들은 지난 3월15일 청사 앞에 현수막과 천막을 치고 반대 집회를 벌였다. 주민들은 민관대책위원회가 2013년 야탑동은 보호관찰소 입지 선정에서 제외한다는 의결문을 지키고, 보호관찰소를 이전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법무부가 이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민들의 태도와 요구가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묻고 싶다. 변변한 청사도 없이, 직원들이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부서 간 원활한 소통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 제대로 된 보호관찰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 보호관찰은 대상자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이자 이들의 재범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재범 예방 활동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할 때의 피해는 청사 입지 주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가깝게는 성남시, 넓게는 전국의 시민들이 잠재적 범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성남지역에 거주하는 보호관찰 대상자는 1000명이 넘는다. 보호관찰소를 없앤다고 해서 이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단만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비록 최선은 아니더라도 훗날 범죄로부터 안전한 성남시, 함께 사는 행복한 성남시를 만들기 위한 차선은 될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인식 전환을 바란다.
<신달수 | 법무부 수원보호관찰소 성남지소 관찰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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