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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에서 발생한 테러는 세계인들을 경악시켰다. 당시 필자는 워싱턴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오전 11시께 한국대사관 근처 매사추세츠 애비뉴에서 자동차로 피난하려는 시민들의 불안한 모습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워싱턴에 있는 미 국방부(펜타곤)도 무너져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같은 해 11월에 방문한 뉴욕의 무역센터는 잿더미가 되어 흔적조차 사라졌다. 그래도 아비규환의 재난과 슬픔 속에서도 위안을 주고 안심케 한 것은 소방관들의 필사적인 구조구난이었다. 특히 인상적인 모습은 소방서장이 모든 구조활동을 총지휘했다는 것이다. 당시 부시 대통령도 소방관들과 어깨동무를 하며 그들을 칭찬하는 모습이 TV에 방영됐다. 뉴욕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구조에 미국민들은 찬사를 보냈고 그들을 신뢰했다. 미국의 재난 구조는 각 지역 소방서장의 권한 아래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며 연방재난관리청과 국토안보부의 지원을 받는다.

화재진압중인 한 소방관 (출처 : 경향DB)


소방서장은 주 공무원, 주 경찰, 주 방위군도 통솔하게 되어 있다. 최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의 1인 릴레이 침묵시위가 이어졌다. 그 목적은 소방직의 국가직 전환이다. 현재 전국의 소방공무원이 4만명가량인데, 이들 중 260여명만 국가직이고 나머지 소방관들은 지방직이어서 신분상의 사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자체 중 서울 같은 경우 재정이 괜찮아 소방관들이 쓰는 장갑이나 방화복들이 양질의 제품이지만, 재정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는 노후된 장비를 쓰는 것은 물론 사비로 장갑을 구입해야 할 정도라고 한다. 결국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은 재난구조 서비스도 차별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재난 컨트롤타워로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과거 소방인들이 독립 소방청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그런데 갑자기 소방청을 없애고 안전처를 만든다고 해결될 것인지 의문이다. 현재 소방청장의 직급은 소방총감인데, 국가안전처가 생기면 정무직이 독식하게 돼 청장 자리도 없어질 운명에 놓여 있다. 시·도지사 등 자치단체장이 소방공무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지방공무원 신분인 소방공무원은 시·도지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인데 소방서장이 군과 경찰, 자치단체의 공무원을 지휘할 힘이 생기겠는가.

결국 국가예산 문제다. 이 문제도 최근의 안전 문제 중요도에 비추어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 화재현장이나 재난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일하는 그들에게 국가직 하나 만들지 못해 사기를 꺾어버리면 되겠는가. 물론 중요한 것은 소방공무원의 현장대응과 응급구조 능력을 강화해 모든 재난에 소방인을 즉각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소방공무원의 증원과 함께 소방직의 국가직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재난구조 장비의 현대화를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의 재정능력에 따라 장비의 품질이 달라서야 되겠는가. 국민은 재난구호의 신속한 수혜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국가가 외면한다면 누가 국가를 따르고 믿겠는가. 전국의 4만여 소방공무원들에게 사기를 북돋워 주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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