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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최대 외국인 VIP 방한으로 기록될 프란치스코 교황 입국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전 세계 12억 천주교 교인의 수장인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것은 1989년 요한 바오르 2세 교황 이후 25년 만이라 이번 방문의 의미는 남다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후 첫 아시아 국가 방문이라는 점도 의의가 깊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은 종교를 넘어선 국가적 이슈다. 정부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국격에 걸맞은 경호와 예우를 제공키로 하고 안전하고 차질 없는 방한 행사를 치르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급력도 엄청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은 교황 방문으로 약 5389억원, 2008년 호주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방문으로 약 2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광업계가 들썩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관광업계는 교황의 행보를 따라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을 준비하며 ‘교황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교황의 방문이 확정된 지역에서는 교황 밥상, 교황 떡, 교황 거리, 교황 성지 순례화, 교황 핸드프린팅 및 포토존 등을 내놓으며 교황을 브랜드화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 때문에 방문하는 목적과 본질에 충실해야 할 교황 맞이에 축제처럼 들떠 있는 관광업계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몇몇 업체들은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자체적인 교황 마케팅을 실시해 천주교 교구의 제재를 받는 등 무분별하고 과도한 마케팅이 문제가 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 시내의 가톨릭 구호시설을 방문 환영나온 사람들과 손을 잡고 있다. (출처 : 경향DB)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훌륭한 콘텐츠의 관광상품과 지역명소들이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나는 일은 관광업계에 훈풍이 될 것이라는 건 자명하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방문은 어디까지나 천주교 사목방문이 목적이다. 무분별한 관광업계의 마케팅은 교황의 방문 목적을 혼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관광상품 역시 국내 관광업계의 이미지와 서비스의 질만 낮출 뿐이다.

이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는 “(교황이)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특유의 지향과 의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교회도 그분의 지향에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고 본질을 잊은 교황 맞이에 일침을 가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VIP 의전 관광의 핵심도 여기에서 시작된다. 바로 VIP 인사의 성향과 방문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들의 방문 목적에 걸맞은 의전을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최고급, 초호화 의전보다 가치 있는, 그리고 VIP 인사의 마음을 헤아리는 최고의 손님맞이가 될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자의 벗’으로 칭송되며 청빈하고 겸손한 생활로 세계인의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 교황은 이번 방문 기간에도 호화호텔이 아닌 주한교황청대사관에 머물며, 방탄장치가 안된 일반 승용차를 타는 등 소탈한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준비하는 관광업계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과도한 마케팅에 치중하기보다 지금이라도 교황의 성품과 방문 목적을 배려하는 자세로 교황 맞이의 본질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정명진 |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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