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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해외 순방 중 급거 귀국한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권 조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민주주의 원리의 핵심은 몽테스키외가 말한 권력분립에 있다. ‘권력의 분산과 균형’을 통해 권력의 남용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민주주의 원리에서 볼 때 가장 민주주의 원리에 반하는 조직이 검찰이다. 검찰은 직접수사권, 경찰 수사에 대한 지휘권, 독점적 영장청구권, 독점적 기소권 등 막강한 권한을 틀어쥐고 있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어떤 외부의 견제도 허용치 않는다. 다른 민주국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권한의 집중이다. 이런 구조하에서 검찰조직의 부패와 검찰권의 남용은 필연이다. 수차례 불거졌던 검찰발 부패 스캔들과 검찰권 남용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런 조직의 수장이 기득권 수호를 위해 민주주의 원리를 언급한 사실이 놀랍다. 민주주의 원칙을 신봉한다면 검찰 스스로 권한을 내려놓고 민의에 부합하는 개혁의 길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5월10일 (출처:경향신문DB)

현재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의 비판은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한 지점에 집중되고 있다. 경찰이 사건 수사를 자의적으로 종결하여 사건을 축소·은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미국가에서 보듯 수사를 하는 기관이 책임지고 종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다만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행사하는 한 사건 은폐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법안은 여럿 검사의 통제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우선 영장청구 단계에서 검사는 경찰 수사를 인지·통제할 수 있다. 고소인·고발인·피조사자 등 사건관계인이 경찰 수사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 사건은 자동적으로 검찰에 송치된다. 경찰이 수사결과를 불송치 결정할 경우에는 반드시 불송치결정문과 수사기록을 검찰에 보내 60일 동안 사후검증을 받도록 되어 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시비가 불거지면 검사는 수사중단과 송치를 요구할 수 있다. 사실상 전건송치에 가까운 통제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통제하에서 경찰 수사가 검찰 모르게 완전히 은폐되는 일은 실제 벌어지기 어렵다. 검찰의 요란한 지적은 침소봉대에 가깝다.

반면 검찰이 입을 닫고 있는 진짜 문제 영역은 따로 있다. 바로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이다. 검찰 수사는 기소권과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기소검사가 같은 식구인 수사검사의 위법행위나 권한남용, 인권침해를 사실상 견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공약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약속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에 광범위한 직접수사권을 여전히 허용하고 있다.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 비리 등 중요범죄에 대한 직접수사권을 인정한 것이다. 향후 공수처가 설치되어도 규모가 작기 때문에(25명의 검사, 30명의 수사관)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에서 검찰을 대신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그동안 검찰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고 수사권·기소권 남용의 폐해가 가장 심했던 영역이 바로 이 특수수사 분야였던 점을 상기하면 이번 조정안은 검찰의 핵심 권한을 건드리지 못한 반보의 개혁에 불과한 것이다. 

직접수사 영역에서 검찰은 사건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종결하고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경찰 수사와는 달리 검찰 수사에 대한 감시·통제는 거의 없다. 사건을 만들고 왜곡하고 은폐해도 방지하기 어렵다. 검찰의 강압 수사, 무리한 기소에 의한 국민기본권 침해도 막기 어렵다. 기본권 보호에 큰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향후 국회 논의는 오히려 이 분야에서 검찰권의 남용을 막기 위한 감시·통제장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최선의 방안은 검찰의 직접수사를 최대한 제한하는 것이다.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시민들이 적폐청산 1호로 꼽은 검찰의 선의를 믿고 견제받지 않는 권한을 행사토록 두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국민기본권의 빈틈없는 보호는 더 철저한 권력의 분산과 권력에 대한 감시·통제를 강화할 때만 가능하다.

<서보학 경희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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