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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파문이 언제 막을 내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파장이 심각하다. 큰 사건이 터지면 그 파장은 곳곳으로 삽시간에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규모가 큰 진도의 지진이 발생한 뒤 그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여진에도 사람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위험을 대하는 대중의 이러한 인식은 심리적 요인이 커서 그렇다. 위기 관리나 위험 소통에서는 시민들의 이런 위험 인식을 바탕으로 대응을 하고 정책을 펴는 것이 기본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8월22일 (출처: 경향신문DB)

하지만 지금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을 만나 허둥대고 있다. 이는 1000곳이 넘는 전체 산란계 농장에서 생산한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 잔류 여부와 종류, 농도 등을 서둘러 파악하느라 적합을 부적합으로 발표하는가 하면 농장 이름을 잘못 발표해 불신을 자초한 것에서도 잘 알 수 있다. 검사해야 할 농약 성분을 빼놓고 검사한 뒤 완전히 모두 검사한 것처럼 발표했다가 들통나 다시 검사를 하는 정말 ‘웃픈’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실수나 이해하기 힘든 위기 대응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하루빨리 이 위기에서 탈출하려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이해하겠으나 급할수록 정신 차려 전후좌우를 살피며 가야 한다.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허둥대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위해식품 사건을 현재 진행형으로 겪고 있는 소비자들의 신경은 날카로울 대로 날카로워져 있다. 믿고 먹은 식품, 즉 계란에 배신을 당했기 때문이다. 실은 계란에 배신을 당한 것이 아니라 산란계 농장주와 정부한테 배신을 당한 것이다. 한번 신뢰를 잃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이솝의 늑대와 양치기 소년 우화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위기 또는 위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정직하라는 것이다. 위험 인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신뢰이기 때문이다. 살충제 계란 파문을 조기에 진화하는 데만 급급하면 진정한 위기 탈출은 실패하고 만다. 비상구를 통해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위기가 눈앞에 펼쳐진다.

우리 사회는 살충제 계란 파문이란 대형 지진을 만난 것을 계기로 또 다른 여진과 첫 지진보다 더 큰 규모의 지진 발생을 철저하게 예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계란뿐만 아니라 알을 얻기 위해 집단 사육하는 메추리, 오리 등에도 진드기나 이 등을 박멸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 폐산란닭을 식용으로 전환하면서 닭고기를 대상으로 살충제를 비롯한 유해 성분을 제대로 조사했는지를 긴급하게 묻고 따져야 한다. 만약 이 폐산란닭을 동남아 국가 등에 수출하고 나중에 이들 국가에서 살충제 성분 잔류가 문제 된다면 국가 망신이지 않은가. 또 육계, 즉 백숙과 튀김 등에 쓰이는 식용 닭에 대해서는 기르는 동안 살충제를 사용한 적이 없는지, 그 닭고기에 대해서도 살충제 성분 잔류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진드기와 이 등이 닭의 종류와 사육 용도를 가려 산란닭에는 기승을 부리고 식용 닭에는 들러붙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은가. 이와 함께 오리, 돼지, 소 등 식용 가축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양식 어류나 해조류 등도 조사 대상이다. 이들 사육·양식 가축·어류와 해조류 등에도 다양한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항생제나 합성항균제, 성장촉진제 등을 비롯한 유해 성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고기에도 잔류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하고 조사해야 한다. 조류인플루엔자(AI) 등을 막기 위한 가축 방역 때 마구 뿌리는 소독제가 가축과 토양, 그리고 개울·하천 등 생태에 끼치는 악영향도 조사해야 한다. 이는 축산안전 당국과 함께 환경부가 나서서 할 일이다. 소독제와 살충제를 축사 안이나 밖에 뿌려대는 일을 하는 노동자나 농장주에 대한 건강검진도 필요하다. 이는 노동부가 해야 할 몫이다.

이뿐만 아니라 수입 축산물과 어패류 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몇 년 전 국산·외국산 낙지와 주꾸미 등의 내장과 먹물에서 카드뮴 등 일부 중금속이 문제가 될 만큼 검출돼 사회문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은 문제가 없는지 식품안전 당국은 신속·정확하게 응답할 책임이 있다. 살충제 계란 파문은 식품안전에 더욱 신경을 쓰라고 우리 사회에 보내온 유럽발 경고이다. 더는 레드카드를 받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살충제 계란 파동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대비하고 예방해야 한다.

<안종주 | 사회안전소통센터장·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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