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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가 산란계 농가의 계란에서 맹독성 살충제인 DDT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은폐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날림 전수조사와 뒷북 대응도 모자라 식품안전과 관련한 정보를 은폐하는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다. 게다가 산란계 농장 420곳을 대상으로 보완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북 1곳, 충남 2곳의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이 추가로 검출돼 부적합 농장이 52곳으로 늘었다. 특히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에서 생산된 부적합 계란 35만개가량이 빵이나 훈제계란 등으로 가공돼 시중에 판매된 것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오후 경북 영천시 한 산란계 농장의 모습. 이 농장은 농림축산식품부 전수조사에서 디클로로디페닐트라클로로에탄(DDT)이 나왔다. 연합뉴스

농식품부는 경북 영천과 경산에 있는 농장의 계란에서 DDT 성분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지난 18일 전수조사 결과 발표 때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1973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 DDT 성분이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검출됐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DDT는 인체에 흡수될 경우 암과 마비, 경련 등을 유발하는 맹독성 농약이다. 반감기(체내에 들어온 물질의 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최대 50년에 달해 국내에선 사용이 금지돼 있다. 농식품부는 “영천과 경산의 농장에서 검출된 DDT는 허용 기준치를 넘지 않아 계란 유통을 허용했다”고 했지만 이런 사실을 즉각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사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 지난 4~5월 충남 홍성의 산란계 농가가 생산한 계란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살충제 ‘비펜트린’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하고도 발표하지 않았다. 당시 이를 즉각 공표하고 대응책을 마련했더라면 살충제 계란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었던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정도로 사태를 키운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놀라울 따름이다. 게다가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진 뒤에도 늑장 대처와 엉터리 통계, 농장 명단 오기 등으로 혼란을 가중시켰다. 심지어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은 농장이 ‘부적합’으로 발표돼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

급기야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하고 “가축사육 환경 개선과 식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살충제 계란 사태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골몰할 게 아니라 정보를 투명하게 알리고 근본대책을 세워야 한다. 가습기 살균제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도 정부의 안이한 대처가 부른 참사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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