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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에게 지긋지긋하게 당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겁니다. 모기 물린 가려움은 그 축에도 못 낄 만큼 극심하게 가려운 데다, 수백 마리 빈대를 일일이 잡자면 한도 끝도 없다는 걸. 밤새 피투성이가 되도록 온몸을 긁어대며 이를 부득부득 갈지만 작고 납작해서 벽지, 가구, 벽 틈까지 속속 숨어 이 잡듯 박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요.

그래서 ‘연막탄’이라고 불리는 훈증형 살충제를 밀폐시킨 방에 피워 그 연기로 박멸하는 방법을 많이 씁니다. 틈틈이 숨는 녀석들에게 구석구석 스며드는 연기만 한 것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 후유증이 심합니다. 벽지며 가구, 가전에 배인 역한 냄새가 모두 빠질 때까지 여러 날을 구역질에 시달립니다. 그릇과 옷들도 전부 세척해야 하고요. 그런 고역을 겪어서라도 없애고 싶은 빈대였으니 오죽하면 화재로 ‘초가삼간 다 타도 빈대 죽는 것만 시원하다’고 했을까요. ‘빈대 없는 집은 흉가’라고 할 만큼 옛날에는 사람 사는 집이면 거의 빈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득효방>에서는 개구리밥을 태워 그 연기로 없앤다 하고, <증보산림경제>나 <규합총서>에는 지네를, 또는 지네와 거미를 꿩 깃털과 함께 태워 없앤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방안에 불 피워둔 채 문 닫고 나와 있으면 행여 불똥이 튀어 불이 나더라도 자욱한 연기 탓에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알아차렸을 때면 이미 걷잡을 수 없었을 거고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속담은, 당장의 마땅찮은 것을 없앨 마음만 앞서 그것이 초래할 위험은 미처 생각지 못한 데서 생긴 말입니다.

요즘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입니다. 닭 진드기는 없애야겠고 수많은 닭과 알을 다른 데 옮겼다가 살충 후 다시 넣기는 힘이 들고. 그래서 몇몇 산란계 농장이 닭과 알을 그대로 둔 채 유독성 살충제를 뿌렸다지요. 그래서 당장의 진드기야 손쉽게 박멸했겠지만, 온 국민들까지도 계란 위로 손쉽게 가지 못하게 되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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