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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의 건강을 위해 마련한 가습기 살균제는 치명적이었고, 아이의 놀이공간은 화재로 유독가스를 남겼으며, 수학여행 가는 길에 배는 가라앉았고, 유치원에서 놀러 간 청소년수련원 숙박시설은 불에 타버렸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명을 잃었다. 지난달 동탄신도시 상가 화재로 불타버린 키즈 카페 ‘뽀로로 파크’는 어린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임에도 교육 및 복지시설군에 속하는 ‘노유자시설’의 소방기준을 적용받지 않았다.

아동은 신체적, 심리적, 인지적으로 발달과정에 있다. 눈높이가 낮아 시야가 제한되고, 새로운 자극을 보았을 때 시청각 자극에 대한 반응이 느려 종합적인 판단이 어렵다. 위험에 노출되었을 때는 더더욱 대처능력이 떨어지고 감정만을 따라 행동할 수 있어 위험에 매우 취약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이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은 옥시의 한국시장 완전 철수와 징벌제·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을 요구했다. 김영민 기자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와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 ‘아동의 생활환경 안전연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아동들이 위협받고 있는 구체적인 상황이 드러났다. 아동들은 보행 교통사고에 가장 많이 노출되고 있는데 2015년 교통사고통계원표를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기반해 분석해 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7세, 주중 등교시간인 오전 8시 무렵과 하교시간인 오후 4~5시경에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 교통사고 장소로는 초등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을 벗어난 지점에서 발생하는 빈도가 높았다. 보행 교통사고 밀도에 대한 시·도별 핫스팟 분석결과에 따르면 고소득층 밀집지역은 상대적으로 교통사고 밀도가 낮았다. 실제 저소득 취약계층 아동 비율이 높은 시흥시 정왕본동 지역조사 결과에서도 교통사고 밀도가 높았고, 발생 장소 역시 어린이보호구역을 벗어난 인근 지역이었다. 저소득 취약계층 지역은 주거환경의 취약점도 함께 나타나 다양한 범죄들이 아동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전국 4~6학년 초등학생, 부모, 교사 등 410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조사한 결과에서는 대부분 생활환경에 대해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아동 안전교육에 대해 93.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가장 필요한 안전교육 영역으로는 응답자의 87.9%가 교통안전을 꼽았으며, 화재·화상 교육(78.5%), 놀이 중 안전사고 교육(60.1%)이 뒤를 이었다. 아동안전 교육은 안전에 대한 민감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하므로 제도화해야 하며 위기상황 때 실천 가능하도록 실제적이어야 한다.

그동안의 아동 안전사고와 이번 연구를 비롯한 선행연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아동 안전 사각지대와 현황은 드러났다. 대상과 지역의 안전 사각지대를 어떻게 해결해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방안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각 분야의 전문가와 함께 원인 분석 후 발생 가능한 원인을 차단해야 한다. 관련 법률 제정 및 개정을 통한 제도 강화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필요한 예산과 시간을 지불하고, 실제적인 인식 개선 및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만 한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는 사회, 어른 중심의 생활환경이 아니라 아동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아동 중심의 생활환경으로 바꿔야 할 때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아동이 안전한 사회는 장애인도, 노인도, 어른도 모두 안전한 사회라는 것을.

고주애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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