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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최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월성원전 1호기의 10년 수명연장결정에 대한 취소 판결을 내렸다. 완벽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란다. 더욱이 최신기술 적용의무 미흡과 참여 전문가들의 도덕적 해이라는 근본적 문제들도 지적되었다. 당연히 원전반대 움직임을 유발할 것 같다. 물론 당국자들은 작은 흠결이라고 한다. 초기투자비가 큰 원전경제성 확보를 위해서 수명연장이 불가피하다고 강변한다. 익히 아는 내용이다. 어쨌든 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훼손되고, 미래불확실성도 당연히 커질 것이다. 따라서 원전기술과 그 발전경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한 논란해소가 시급하다.
사실 원전 논란의 중심인 안전성 문제는 핵폐기물처리를 고려하지 않은 핵잠수함 군수기술을 바로 민수기술로 전환한 성급함에서 유발되었다. 따라서 현행 원전기술은 아무리 첨단화되어도 ‘비성숙’ 기술이다. ‘화장실 없는 호화주택’인 셈이다. 이러한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한 원전정책은 어디서나 값싼 에너지를 무한공급할 수 있다는 환상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안전성 논란을 공공규제로 사전 차단하여 경제성 제고를 돕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그 결과로 ‘오만한’ 안전규제가 일상화되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와 일본 후쿠시마 비극에 이르는 중대 원전사고가 일어나면서 안전설비 추가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경제성 저하로 귀결되었다.
2월 13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최근 법원에서 수명연장 취소 판결이 난 월성 1호기의 즉각 폐쇄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원전 확대는 한국과 중국 등에 국한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에너지 빈국으로서 ‘필요악’ 수준에서 원전을 적극 수용해 왔다. 그러나 불량부품 사용 등 원전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계기로 환상이 깨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구성원인 원자력업계와 시민사회단체 간에 상이한 안전성 기준에 대한 타협도 가망이 없다. 급기야 원전 비판논리는 수명연장, 폐기물 영구처분 등 모든 현안과제들로 확산되고 있다. 각자 믿고 싶은 정보만을 신뢰하고 진실이 외면되는 ‘탈진실’ 현상의 극단적 사례가 우려된다. 이런 단계에서는 원전의 사회수용성 확보가 애당초 불가능하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특단의 대책시행이 시급하다.
첫째, 독립적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발전원가검증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성과 경제성 논란을 끝내야 한다. 특히 정치권 개입이 용인되는 현행체제 개편이 시급하다. 집단이기주의 경향이 있는 원전기술개발자와 전문성 논란이 있는 사회단체의 적극 참여는 재고되어야 한다. 거시적 국가에너지시스템과 전략기술 문제를 다룰 중립적 전문가로 재구성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명주기원가 등 다양한 경쟁력 평가와 사회경제적 요소 반영을 통한 국민합의 도출이 가능하다.
둘째, 사회적 합의 달성이 어려운 원전확대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 대형원전일수록 ‘규모의 불경제’ 현상을 경계하고 교차보조를 통한 경제성 평가의 모호함을 경계해야 한다. 전력소비자부담 경시경향도 개선해야 한다. 필자 소견으로는 현재 수준의 원전비중 유지전략이 경제성이나 사회통합 측면에서 최대치이다. 셰일가스 발전 등 향후 저렴한 대체전원 확보가 가능하고 국내 전력수요 증가율이 점차 낮아지기 때문이다.
셋째, 차세대 원전기술개발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지금 세계는 사고 없는 고유안전성을 보유한 신형원전 개발경쟁 중이다. 우리가 개발한 소형 ‘스마트’ 원전은 경제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 이에 미국 차세대 원전 등 유력기술과의 전략적 연대를 통해 초기부터 우리가 제조하고 건설, 수출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금융조달능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를 통해 설비수출 전략 추진도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자력 기술개발 부문과 원전산업 간의 ‘내면적’ 수직통합-담합체제를 혁파해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원전기술개발이 수입기술 개량차원을 벗어난 지금은 양자를 분리하여 자원배분 합리화가 가능한 때이다. 이 같은 해결과제 추진의 단초는 관련 인적자원의 질적 혁신이다. 원전 마피아, 무작정 반대론자와 같은 용어가 다시는 회자되지 않기를 빈다. 빠른 혁신을 통해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양대 축으로 한 미래 에너지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를 기원한다.
최기련 | 아주대 에너지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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