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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릇 인간이 생명으로 태어나 비로소 사람이 되는 나이가 세 살이고 그때 잘못된 버릇은 바꾸기 힘들다는 얘기다. 바꾸어 말하면 세 살 때 익힌 좋은 버릇은 평생을 간다.

최근 어린이 놀이터 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다. 전국에서 2400여개의 놀이터가 폐쇄되거나 철거된다고 한다. 그 이유를 들여다보니 안전문제가 대두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된 내용을 보면서 씁쓸해 짐은 무엇일까?

필자는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흙더미 속 동네가 온통 놀이터였기에 다소 새삼스럽게 느껴지지만 콘크리트 벽에 갇혀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어느 놀이터운동가의 말처럼 “어디 가서 놀란 말인가?” 라고 묻는 것이 당연하고 심히 걱정되는 문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가 이 뿐일까? 왜 그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대안은 없는 건지,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안전처 통계에 의하면 2014년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4만2135건으로, 이중 25.8%인 1만861건이 주택에서 발생하였고 51%(2만1489건)가 안전부주의로 인한 사고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36.2%가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에서 노는 시간(오후 1시~7시·맞벌이 증가 등으로 아이들만 집에 있는 시간대)에 발생된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안전사고는 사전에 대처요령을 조금만 알고 있었더라도 위험을 회피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사고이기에 더욱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단지 놀이터에 27일 사용중지 안내문과 출입을 막는 끈이 설치돼 있다. 안전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전국 놀이터 1600여곳이 일시 폐쇄됐다. (출처 : 경향DB)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어린이 안전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놀이터의 안전문제가 제기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껏 우리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과 그 구조물로 인해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공간을 통해 부모와 손잡고 뛰어놀면서 자연스럽게 위험을 회피하는 방법과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하면 어떨까?

이번기회를 통해 문제의 본질을 발전적 방향으로 다시 들여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안전하지 않은 놀이터를 방치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하지만 무작정 없애버리고 보자는 것 또한 문제이다. 이참에 어린이 놀이터를 안전체험학습장으로 만들어보자.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초기에 어떻게 할 줄 모르고 당황해서 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이 닥쳐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몸이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을 어려서부터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설은 실물이 아니어도 좋다. 예컨대 소화기가 어떤 모양이고 어떻게 사용하는 정도만 인지하고 반복적으로 학습할 수 있으면 된다.

미끄럼틀, 그네, 시소, 흔들 기구 등의 놀이구조물과 바닥면에 안전용품 관련 그림을 넣거나 소화기 모형, 심폐소생술 모형, 교통신호등의 모형설치, 연기탈출, 비상탈출, 매듭 묶기 놀이 등 안전체험 용품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제화 하면 될 것이다.

돈을 많이 들여 안전체험관을 크고 반듯하게 짓는 것도 좋다. 하지만 접근성이라든가 유지관리비용등을 감안하면 비효율적일 수도 있다.

놀이터 안전학습장 시설은 언제든 부모와 손잡고 찾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고 기존 구조물에 그림으로 표시하거나 모형물로 만들기 때문에 추가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으며 시설물의 유지관리도 지역 내 여성 민방위대를 활용하여 엄마의 정성으로 점검하면 된다.

좋은 버릇은 자연스럽게 익히는 최고의 학습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어른들에게 오롯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충수 | 국민안전처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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