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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료를 둘러싼 ‘보육대란’이 재연될 것 같다. 지난해 보육대란 당시 급조한 ‘2015년 3개월치 예산 편성’ 미봉책의 시한이 이달 말이기 때문이다. 당시 내부 재정 문제로 2개월치만 편성했던 광주시교육청 보육예산은 벌써 바닥났고, 나머지 시·도교육청도 4월 이후 차례로 예산 고갈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지난해 긴급 편성한 누리과정 예비비 5000여억원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영·유아 보육을 볼모로 교육청 길들이기를 하자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만 낳아주면 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정부가 앞장서 깨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올 초 어린이집 보육대란이 재발하는 것은 사실 시간 문제였다. 지난해 보육료 부담 주체를 놓고 중앙 정부와 시·도교육청, 여야 정치권이 대립한 끝에 2015년 3개월치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우선 편성키로 하고 봉합했기 때문이다. 대신 누리예산 부족액 1조70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은 지방교육채 발행으로, 나머지는 정부가 예비비를 편성해 각각 충당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재정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정부는 이를 빌미로 5000여억원의 예비비 집행을 보류함에 따라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영·유아들을 돌보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부는 개정법안이 통과되고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이 현실화돼야 예비비 지원이 의미가 있다는 입장이다. 목적예비비 5000여억원을 지원한다 해도 전체 부족 보육료의 3개월치에 불과해 근본 처방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목적예비비는 국회 입법을 전제 조건으로 편성한 것이 아니다. 국회가 의결한 예비비 집행을 정부가 타당한 이유 없이 보류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다.

거듭 지적하지만 어린이집 보육료는 국책 사업인 만큼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이는 어린이집 소관 부처가 보건복지부란 점만 봐도 논란의 여지가 없는 문제다. 정부는 당장 예비비를 풀어 교육청을 지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정치권과 협의해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진력해야 한다. 어린이집들은 이미 지난달부터 시위를 시작했다.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그들의 ‘창끝’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음을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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