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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심어야 한다!” 100년 전 근대 도시 운동을 이끌었던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말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전 세계의 도시들은 도시에 나무를 심고 공원을 조성해왔다. 현재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은 16.80㎡다. 런던의 33.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뉴욕의 14.7㎡와 유사하며 도쿄의 4.5㎡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1963년 서울의 1인당 공원 면적은 7.7㎡에 불과했다. 그동안 확보한 공원녹지는 한강의 기적에 버금가는 녹색의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의 여유로운 공원녹지에 대한 인상과 수치에는 착시효과가 있다. 자연공원과 하천변을 제외하면 1인당 공원 면적은 11.82㎡로 줄어든다. 게다가 오는 7월 미집행공원이 실효(일몰)됨에 따라 현재 공원 면적의 79%가 다른 용도로 개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인당 공원 면적은 2.5㎡ 정도로 쪼그라든다. 단순히 수치의 착시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공원 분포를 보면 지역적 불평등이 크다. 몇몇 대형 공원이 있어 공원 전체 면적이 커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서 넓은 공원을 만날 수 있는 동네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므로 여전히 우리는 공원을 만들고 나무를 심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미집행공원을 살리기 위한 예산과 시간을 확보해야 하지만, 동시에 지금의 소외된 지역을 돌아보고 남아 있는 공간적 가능성을 시민과의 협업을 통해 찾아내야 한다. 학교와 등굣길을 녹색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옥상과 벽면을 새로운 형태의 녹지로 바꿀 수 있다. 방치돼 있던 도로변의 거대한 빈 땅들을 돌아보고 과감히 도로와 철도를 지하화해 경의선 숲길과 같은 공간을 더욱 늘려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진행 중인 ‘3000만그루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공원녹지를 확보하면 나무를 그만 심어도 될까? 세계 최고의 공원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 런던은 2019년 ‘국립공원도시 런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런던의 목표는 도시 내에 더 많은 공원, 더 좋은 공원을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이는 도시 전체를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즉 도시의 100%가 공원인 도시를 구상하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국립공원도시’는 개념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공원을 주거와 다른 공간으로 나누기보다는 주거를 공원 안의 집으로 보자는 개념이다. 이런 발상은 전체가 공원인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도시, 전체가 학교인 도시로 확장될 수 있다.
런던이 제시한 공원녹지의 패러다임 전환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나무를 다시 심어야 한다.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푸르른 도시가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나무를 심어야 한다. 일상이 비일상적인 염원이 되어버린 시기에, 꿈처럼 다시 피어난 벚꽃과 목련 아래서 마스크를 쓴 채 연녹색 신록을 만져보려는 아이의 손이 왜 우리가 이 순간에도 나무를 심어야 하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김영민 |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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