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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의 계절이 돌아오면서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비상저감조치 시행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조치는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중단이다. 석탄화력발전은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의 최대 배출원으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빠른 속도로 퇴출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을까. 한국의 대표적인 발전설비 제조 기업인 두산중공업은 변화를 거부한 것처럼 보인다. 두산중공업의 이러한 ‘오판’은 주주뿐 아니라 한국 국민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매출 하락이 시작된 2013년 이후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발전설비 시장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수주잔액이 감소했고, 매출액은 지난 6년간 30.6% 감소했다. 지난 5년간 주가는 85% 하락했고, 신용등급은 A+에서 BBB까지 떨어졌다. 두산중공업이 당장 올해 재융자(refinance)해야 할 채권이 7090억원에 이른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중공업 경영진은 세계 에너지 시장 동향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지난 한 해에만 미국에서 8개 석탄회사가 도산했고, 호주에서는 상장된 4대 석탄회사가 모두 큰 손실을 내면서 주식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반면 석탄 사업을 정리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회사들은 성장세를 달리고 있다. 스페인 전력기업 이베르드롤라와 미국 넥스테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여전히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중에서도 복합화력 가스터빈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작년 가을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생산을 시작했지만, 후발주자인 두산중공업이 한국 가스터빈 시장은 확보할 수 있을지라도 지멘스나 GE, 미쓰비시와 같은 전통 강호들과 세계에서 경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설상가상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아시아 가스발전 시장의 잠재력은 점차 줄고 있다.

두산중공업과 거래하는 해외 전력회사, 금융기관, 바이어들은 두산중공업의 경쟁력 자체를 보는 게 아니라 두산중공업을 통해 한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낼 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한국 정부가 거액의 정책금융을 유치한다는 조건하에서만 두산중공업과 거래하려 하는 이유다. 납세자 관점에서 이런 상황은 명백히 문제가 있다. 두산중공업의 사업 판단 실패에 대한 대가는 누가 치를까? 대우조선해양의 사례에서 경험했듯 공적 자금으로 기업을 살리려는 시도는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정부 차원의 응원이 단기적으로 두산중공업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이 납세자들의 지원 없이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가 결코 그 답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멜리사 브라운 | 에너지경제·재무분석연구소(IEEFA) 아시아 담당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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