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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예방을 위해 많은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가 진행 중이다. 실시간 온라인 강의도 있지만 녹화된 강의영상을 보고 퀴즈를 풀거나 과제를 수행하는 방식도 있다. 나도 대학에 있으면서 온라인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연구과제 결과보고서를 관련된 웹사이트에 올릴 때마다 생명윤리 또는 연구윤리 온라인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것이다. 매년 유사한 강의를 듣고 교육 이수증을 같이 올려야만 결과보고서를 등록할 수 있다. 온라인 수강이 늘자 온라인 교육의 수강생 통제시스템도 점점 발달해서 2~3배속 수강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발전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온라인 의무교육을 통해 수강생의 지식과 기술이 풍성해지는 것일까? 오히려 시스템을 통해 의무적으로 부과된 교육과 통제기법만이 발달한 것은 아닐까? 온라인 강의를 비롯한 시스템을 통해 강요된 의무교육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정말 필요한 교육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제공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대학에선 매년 한번씩 폭력예방교육, 연구윤리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한다. 이러한 의무교육이 계속 생겨나고 교육부는 수강비율이 미흡할 경우 대학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등 엄포를 놓고 있다.

생명윤리, 연구윤리가 중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이 이수해야 할 의무로 지정되는 순간 배움의 동기는 사그라진다.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연구비 지원을 받는 연구자들의 연구윤리교육 이수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점을 상위 관련 부처에 보고하고 흡족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연구자들이 연구윤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될지 의문이다.

시스템을 통해 의무적으로 부과된 교육을 통해 우리는 무얼 배웠을까? 그 많은 예비군 훈련, 민방위 교육과 같은 법정의무교육을 통해 시간을 때우고 버티는 습성만 더 키운 것은 아닐까? 교육내용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 피곤해지니, 그러려니 하고 대충 넘어가는 순응적 정신만 기른 것은 아닐까? 교육당국에서는 과연 온라인 교육, 의무교육이 효과가 있었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수강생의 배우려는 마음을 증진할 수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대면 강의 등 온라인 교육이 앞으로도 활발하게 진행될 상황에서 배움의 목적과 동기를 어떻게 북돋울 수 있을까? 수강생이 요령 피우지 못하도록 통제기법을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학습의 필요성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은 좀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학교마다 사정이 있어서 실시간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이름을 부르고, 쌍방향으로 소통하고 질문하고 응답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어 비대면 강의를 계속 수강해야 하는 상황은 교육효과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심성과 공감능력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이 줄어들수록 타인에 대한 이해와 도움을 주려는 마음이 줄어들고, 개인주의 심성이 더 발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 취약해진 계층을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대면접촉이 감소하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서로 간의 신뢰와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최유석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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