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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30일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윤순진 교수의 ‘원전의 질서 있는 퇴진’에 대한 필자의 반론적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우리 사회는 3년 전인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해 304명이 사망함으로써 정치적·사회적으로 엄청난 격랑을 체험했다.

지난달 23일, 사고 발생 1073일 만에 침몰된 세월호가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면서 인양작업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피해자 가족은 말할 나위도 없겠지만, 이것을 바라보는 제3자의 입장에서도 가슴 아픈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이와 같은 해상사고의 재발을 절대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침몰 위험이 상존하는 여객선 일체를 모두 질서 있게 폐기하는 것일지 모른다. 다시 말해 여객선을 전부 없애버리는 것이 해상사고의 비극을 막는 신화를 구축하는 지름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바다에서 바라 본 고리 원전 3호기(왼쪽)와 4호기 냉각재 과다 누설로 28일 일시 정지된 고리원전 4호기. 이상훈 기자

그러나 보편적 상식의 관점에서 평가할 때 여객선 운항에 따른 안전절차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그 절차의 준수 여부를 엄격하게 감시·감독하면서 여객선을 운항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윤 교수는 지난 3월28일 발생한 고리 원전 4호기의 원자로 냉각재 누설사고에 따른 가동 정지에 이틀이 걸린 것을 ‘늑장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차에 고장이 발생한 경우에도 그것을 수리하는 데 하루이틀이 걸리는 것은 다반사이며, 그 고장 원인을 찾기 위해 시동을 걸어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듯, 수백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원전에서 냉각재가 누설되면 가동상태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냉각재 누설이 발생하고 가동을 중지할 때까지 이틀이 걸렸다는 단순한 사실만을 두고 늑장 대응이라 하는 것은 현장 상황을 도외시한 근거 없는 비난이라 판단된다.

편익과 위험의 공존은 인류사회의 숙명이다. 태양열, 풍력 등을 이용한 재생가능에너지들은 오직 편익만이 존재하고 환경 위험은 전무한 것일까? 아니다. 원자력 이상으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윤 교수는 지난 3월28일 국제에너지기구(IEA) 산하 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가 ‘분산적 에너지 해결책을 통한 재생가능에너지 확장’이란 주제로 프랑스 파리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고 소개했는데, 여기에서 재생가능에너지의 순기능 이외에 역기능 내지 문제점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졌는지에 관해서는 전혀 소개하지 않았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대표적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태양열과 풍력발전은 기후에 좌우되기 때문에 언제나 재생가능에너지의 전력생산시설에는 백업(예비)전력시설이 가동되어야 한다.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재생가능에너지 생산 시설은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고 백업시설에 대한 중복투자로 인해 경제성은 더욱 악화된다. 이와 같은 백업시설을 운영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도 원전에 비해 태양광발전은 6~7배, 풍력발전은 3배 이상 비싸다.

경제성만 문제되는 것은 아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야기하는 환경 문제도 매우 심각하다. 또한 기술적으로 양질의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대역의 균질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태양광은 날씨에, 풍력발전은 풍속에 절대적 영향을 받는 심각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재생가능에너지가 탈핵의 대안이 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부끄럽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 사고 발생률은 세계 1위로 알려져 있고, 이에 따른 인명피해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 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 과실에 의해 야기되는 인적 실수이다. 해마다 엄청난 피해를 야기하는 자동차 사고의 위험에는 관대하고, 원전에 대해서만 가혹한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기술은 사회적 수요와 직결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안전성, 보안성, 경제성, 환경친화성이 원전보다 우수하다면 구태여 탈핵선언을 할 필요조차 없으며, 원전은 스스로 자취를 감출 것이다. 따라서 인위적 탈원전을 주장하기보다 시장원리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함철훈 | 한양대 공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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