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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과 4월은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만개하는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에너지 역사에서는 재난 사고가 많았던 암울한 시기다.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사고, 1979년 3월28일 미국의 스리마일 섬 사고, 1986년 4월26일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모두 이 기간에 일어났다. 그래서 3월과 4월이 되면 원전 사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스리마일 섬 사고일인 지난 3월28일에는 원자로 냉각재 누설로 고리 4호기 가동이 정지되었다. 문제 발생 이틀이 지나서야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늑장 대응으로 인해 불안한 마음이 커진 상태다.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과 연이은 수백 차례 여진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말한다, 원자력 발전은 ‘필요악’이라고. 지금처럼 싸고 넉넉하게 전기를 쓰려면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때맞춰 한국원자력학회는 주요 대선주자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정치 논리로 탈핵을 결정”한 것은 무책임하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정말 원전 외에는 대안이 없는 걸까?
탈핵희망국토도보순례단이 충남 서산에서 당진으로 가는 국도를 따라 걷고 있다. 이상훈 기자
그렇지 않다. 세계는 지금 재생가능에너지 시대를 빠르게 열어가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목표로 적극 행동에 나서고 있다. 세계 유수 기업들도 늦어도 2030년까지는 생산과정에 100% 재생가능 전력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 이 선언에 참여하고 있는 88개 기업 중에는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BMW 등 세계적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이 2014년 1.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향후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목표 역시 하위권이다. 산업계도 소극적이어서 앞서 말한 88개 기업에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 세계 흐름에 한참 뒤처져 있다. 이제야말로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3월28일 국제에너지기구(IEA) 산하 재생가능에너지위원회가 ‘분산적인 에너지 해결책을 통한 재생가능에너지 확장’이란 주제로 파리에서 워크숍을 개최했다. 필자는 주최 측 요청으로 서울시 에너지 전환 실험 사례인 ‘원전 하나 줄이기’를 통해 도시와 시민의 역할에 대해 발표했다. 이날 논의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전력 부문은 물론 수송과 열 부문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재생가능에너지를 확대하고 서로 통합적으로 연계할 것인가를 모색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재생가능에너지 분야를 새로운 사업 모델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으로 접근하였다. 재생가능에너지 시대로의 이행은 더 이상 희망 사항이 아니라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는 사실에 모든 참석자가 동의했다. 이를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사업 기회로 활용할 것인가가 관심사일 뿐이었다.
한국 사회에서도 탈핵과 재생가능에너지 시대로의 전환 논의가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다. 우리는 물론 미래 세대의 생명과 안전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시대적 과제가 이번 대선에 중요한 의제로 포함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는 탈핵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움직임을 무책임한 정치 행보로 폄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자동화가 갖는 위험성에 더해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이 실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원전에는 사고 위험이 항상 내재해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우리가 얻은 교훈은 원자력 발전의 안전하고 완벽한 통제와 관리는 신화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2030년까지 설계 수명이 종료되는 원자로가 12기인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기술이 마련되지 않았기에 원전의 안전하고 질서 있는 퇴진이 어떻게 가능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탈핵의 분명한 대안으로서 재생가능에너지가 존재하기에 더욱 그렇다.
윤순진 서울대 교수 환경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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