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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프지만 진실을 말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외교안보 컨트롤타워가 꾸려지고 있는 이즈음 북핵 문제의 새로운 해법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과연 그 기대감이 기대만큼 충족될 수 있을까. 새 정부가 선거 국면에서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 방침에 따라 북핵 문제에 대한 해법이 마련돼 있다는 인상을 풍겨왔다면 이제는 솔직하게 이를 벗어던져야 한다.

비핵화 문제가 이 시점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정치적 수사일 뿐이다. 지금 단계에서 북핵 문제의 해결을 말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며 희망사항이다. 한마디로 말해 핵은 북한에 있어 심장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저들은 핵이야말로 자신들을 살게 하는 자부심이며 원동력이라고 여기고 있다. 5차에 걸친 실험으로 자신들의 심장이 더 강고해졌다고 믿고 있다. 그럴진대 펄펄 뛰고 있는 심장을 내놓으라고 하면 누가 내놓는단 말인가.

23일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인 현무2 미사일이 차량형 이동식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발사시험을 참관한 뒤 "나는 대화주의자이지만 대화도 강한 국방력이 있을 때 가능하며 포용정책도 우리가 북한을 압도할 안보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 불편한 진실의 인정 위에서 북핵 문제의 해법을 새로 찾아야 한다. 종래 제재 일변도의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던져야 한다는 얘기다. 북한의 핵을 지금처럼 키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대북 제재였다. 지난 10년간 이른바 북핵 제재에서 얻은 성과가 무엇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시작된 것은 2006년부터이다. 그해 7월5일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고, 같은 달 16일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결의 1695호를 채택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북은 그해 10월9일 제1차 핵실험을 실시했고, 닷새 후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를 또 채택했다. 그 후 연례행사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결의안이 채택돼 한 차원씩 강도를 높인 국제제재가 시행됐다.

2016년 3월2일 ‘안보리 결의 2270’이 채택될 당시 외교부는 “70년 유엔 역사상 비군사적 조치로는 가장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 결의”라면서 손뼉을 쳤다. 이처럼 제재의 강도가 계속 높아졌지만 북한은 2016년 9월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1차부터 4차까지 2~3년의 간격이 있었던 데 반해 5차는 불과 8개월 만이었다. 폭발력은 4차 때의 2배였다. 최고의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는데 그랬다. 한마디로 제재는 오히려 저들의 핵을 더 정교하고 공고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제재 일변도의 결과가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아직 남북대화의 물꼬조차 열지 못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제재를 하면 할수록 저들 가운데 매파·강경파들이 득세해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다. 저들이 의기양양하게 기세를 올리면서 대화의 물꼬라도 열어두려는 비둘기파들의 입지는 점점 더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하고 있는 오해가 북한이 핵개발에 엄청난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개발에 서방에서만큼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방의 2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하는 미국의 군사전문가도 있다.

바로 인건비 때문이다. 미국 등 서방에서 군사무기며 장비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인건비라고 한다. 최고 인력들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일단 기본 설비를 갖추고 나면 그 이후 원료나 자재, 부자재 비용은 그리 크지 않다. 장거리 미사일용 고체연료 개발 같은 것도 서방이라면 엄청난 인건비가 들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다. 원유와 첨가제인 화학제품은 큰 부담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을 중단하면서 박근혜 정부는 거기서 나온 돈이 핵무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 돈이 아니더라도 우리와 서방이 제재를 가하고 압박을 하는 한 북한은 배를 더 주리면서라도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했을 것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는 한시도 살 수 없다고 했던 우리는 이 엄연한 현실 앞에서 이제 솔직하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서로 몇 방씩 쾅쾅 쏘고 공멸할 것이 아니라면 해법은 역시 대화와 타협이다. 우선은 만나야 한다. 마주 앉아야 한다. 북한은 발끈한다지만 역시 햇볕정책이다. 하지만 달라진, 더 커진 정책이어야 한다. 과거 북의 가림막이 외투 수준일 때는 햇볕으로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심장은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안동일 | 재외동포저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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