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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수 선진국들은 지금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막대한 자금 지원, 특별 귀화 정책 등 파격적인 당근을 제시하며 고급 두뇌 육성과 해외 우수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우수 인재가 곧 미래 국가 산업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찾아오는 인재는 계속 줄고 있고, 자발적으로 찾아온 인재들마저도 적응에 실패해 보따리를 싸서 떠나고 있다.
스위스 국제개발연구원의 ‘2017년 세계인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인재 경쟁력지수는 100점 만점에 55.82점으로 조사 대상 63개국 중 39위였다. 아시아 국가 중 홍콩은 12위, 싱가포르 13위, 일본 31위, 그리고 중국은 40위를 각각 차지했다. 중국은 순위가 낮기는 하지만 2013년 48위, 2016년 42위, 2017년 40위 등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2015년 31위, 2016년 38위, 그리고 2017년 39위로 계속 하락세다.
중국의 공산당 중앙판공청은 2008년 ‘천인(千人)계획’이라고 불리는 국가 주도 해외 고급 인재 유치 계획을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10년간 해외 유학 인재 2000명을 국내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 결과 2009년부터 2017년까지 14차에 걸쳐 진행된 프로그램을 통해 2494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 중국이 4차 산업혁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데 이들 인재들이 한몫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보고서의 ‘두뇌 유출’ 항목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3.57점으로 최하위권인 54위에 머물렀다. 국내의 우수 인재들마저 외국 대학과 기업으로 떠나는 ‘두뇌 유출’ 현상이 매우 심각함을 방증하는 수치다. 그동안 정부가 산업화 시대에 적합한 범용 인재 양성과 공급 정책에만 매달려 대학의 질적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노력을 등한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어릴 때부터 교육이 온통 대학 입시 준비에 매몰된 채, 개인의 창의성 개발은 무시됐다. 다양성을 장려하기보다는 평균적 교육방법에 초점을 맞춰 왔다. 대학들 역시 대학 성격에 맞는 인재를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상태다. 이공계 출신들에 대한 경제적 처우 또한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 이공계 이탈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지금은 1960~70년대의 산업개발 시대처럼 애국심에 호소해 인재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따라서 우수 인재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처우와 연구 여건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 대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학입학자격시험으로 바꾸고, 대학들이 특성에 맞는 인재들을 자율적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신입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주어야 한다. 특히 인재 육성과 고급 두뇌 유출 예방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 해외 유수 과학자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와 마음 놓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파격적인 연구비 지원은 물론, 가족들에 대한 주거 및 교육비 지원 등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 요직에 이공계 출신 일정 비율 의무 임용, 우수 과학 인력의 정년 연장, 성과 중심 보상체계 강화, 연금 수혜율 제고 등의 지원책을 도입하고 이를 법제화해 이공계를 우대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일은 우리나라처럼 부존자원이 빈약한 나라가 21세기 경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이공계 두뇌를 집중 육성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정부, 기업은 물론 대학 모두 다 같이 인식하는 것이다.
<이윤배 | 조선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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