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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의 로고에는 노란색 화살표가 A에서 Z까지 그려져 있다. 아마존에는 모든 상품이 있다는 뜻이다. 제프 베이조스가 1994년 시애틀의 작은 차고에 차린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20여년 만에 유통업계의 거물이 됐다. 로고에 담긴 의미대로 사업 영역을 전자제품, 소포 배달, 트럭 영업, 자동차 부품, 슈퍼마켓 등으로 넓혔고, 온라인 시장의 40%를 장악했다.

‘산업계의 포식자’가 된 아마존에 대한 미국 내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블룸버그통신은 ‘아마존이 되다’(To be Amazoned)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아마존이 당신의 사업분야에 진출했으니 망하는 일만 남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저가 공세에 밀려 도산한 기업은 부지기수다. 장난감업체 ‘토이저러스’와 스포츠용품 업체 ‘스포츠 오서리티’는 사업을 접었고, 백화점들도 오프라인 매장수를 줄이고 있다.

아마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아마존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아마존이 세금을 회피하며 낮은 배송료로 연방우정국의 손실을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조스가 소유한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에 대해서는 “아마존의 로비스트”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트럼프의 맹공에 아마존의 주가는 급락해 시가총액이 600억달러나 증발됐다.

트럼프가 아마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는 것은 워싱턴포스트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 지난 대선 때 워싱턴포스트는 베이조스의 지시로 특별취재팀을 꾸려 트럼프의 각종 정책을 비판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트럼프가 “내가 당선되면 워싱턴포스트는 사라질 것”이라고 하자 베이조스는 “트럼프를 로켓에 태워 우주로 보내버리겠다”고 맞받아쳤다.

앙숙 관계를 지속해온 트럼프와 베이조스의 싸움이 어떤 결말을 낳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는 임기가 정해져 있는 대통령이지만 베이조스는 임기가 없는 기업 최고경영자라는 점이다. 이를 잘 아는 베이조스가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 장기전으로 가면 트럼프는 ‘아마존이 되다’와 같은 처지에 내몰릴 수도 있다. 트럼프가 싸움의 상대를 잘못 고른 것일지 모른다.

<박구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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