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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해왔던 과거 정부들과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며 경제정책의 중심을 ‘사람’에 두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동안 우리 경제정책에서 ‘노동’은 항상 뒷전이었고, 노동조합은 집단이기주의라고 매도돼 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고용안정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약속의 첫 행보라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선결과제가 있다. 노동시장의 ‘차별 문제’가 우선 개선돼야 일자리 정책이 기대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칫 저임금 및 단순 업무직들만 양산될 것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민간업체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여전히 핵심 업무 외에는 대부분 비정규직 및 간접고용, 외주화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의 위치에서 이윤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 나쁜 기업문화 행태다. 따라서 ‘직접고용’ 확대를 통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문화 정착이 가장 시급한 일자리 창출 과제라 할 수 있다. 청년실업 문제 해소 방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 산업에 독버섯처럼 번져 있는 외주화 남용은 고용불안뿐만 아니라 산업재해까지 양산하고 있다.

5월 24일 문재인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설치된 대한민국 일자리상황판 앞에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참모진에게 일자리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필자는 지난 몇 년간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무료취업지원센터’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구인구직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으며 느낀 바는 고용창출을 위해서는 기업들에 대한 당근과 채찍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하는 업체들에는 각종 훈포장 및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 또한 각종 정부사업 입찰 시 가산점도 부여하고, 행정편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반면에 상습체불과 불법파견, 위장도급, 기간제 남용 등 노동시장을 왜곡하는 악덕기업은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채용 시부터 진입장벽이 투명해야 한다. 건설업의 경우 1000억원대 공사가 발주돼도 인력 채용공고 자체가 없다. 음성적 비리가 여기에서부터 싹튼다. 하청, 재하청 등 다단계 하청으로 내려가면 누가 진짜 사장인지 구분도 모호한 사업장들이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러니 청년 구직자들은 대기업 취업만 바라보며 세월을 보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후진적인 인맥 위주 채용문화를 개선해야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유료 직업소개소들은 고용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범람하고 있는 제조업, 건설업, 서비스업의 외국인 불법취업에 대한 철저한 단속도 필요하다. 구직자들이 ‘3D 업종’이라서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대우를 못 받으니 기피하는 것이다.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료 취업지원사업에 대한 대폭적인 확대 지원과 점검이 필요하다. 일자리의 질보다는 머릿수 채우기식 단기 일자리 알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성과지표’만 챙기다 보니 나타난 풍선효과다. 취업지원 업무를 하는 직업상담사 등 알선 업무 직원들의 근로조건 개선도 필요하다. 대부분 비정규직이라 사기가 땅에 떨어진 채 알선 업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관리직 직원들도 취업지원 업무 부서를 맡는 것을 매우 꺼린다. 따라서 승진 1순위 대상자를 이 같은 업무에 배치하는 것도 유인책이라 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정규직 채용·전환이 선심 쓰는 양 내려지는 ‘시혜’처럼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괜찮은 소득에 안정되고 질 높은 일자리는 가정의 번영과 행복에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이며 이는 국가의 의무다. 결코 시혜적 조치가 아니다. 기업에 대한 지원은 ‘투자’라고 하면서 노동에 대한 지원은 ‘비용’처럼 인식하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불안정한 형태의 고용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의 각종 노동 지원 정책은 세금만 허비하는 일일 뿐 병 자체를 고치는 근본적인 치유책은 되지 못한다. 노동의 양극화로 인한 깊은 골을 하루속히 메꿔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고 다가오는 4차산업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박종국 | 전 무료취업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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