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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바라볼 때 수많은 구슬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취업난이 가중되는 요즘 전쟁을 하다시피 본인의 구슬을 만든다. 어학, 자격증, 사회봉사, 인턴까지. 그러나 정작 본인이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채 구슬을 만든다.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이 없이 바쁜 학창생활을 보낸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졸업시즌에는 결국 똑같은 고민을 한다. 내가 무얼 잘할까, 과연 이 일자리가 내가 원하는 자리였는가. 그리고 모두 대기업과 공무원시험에 열을 올리게 된다. 맞다. 근본적으로는 저 두 일자리가 높은 보수와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한다. 그러나 본인 적성과 맞지 않아 심한 스트레스로 입사 초기에 사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또한 근무 연수가 늘어날수록 힘들어하는 경우를 목격한다. 한편 본인의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주체적으로 직장을 선택한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보람을 느끼며 사회인으로서 성장하고 결국 전문가의 길을 걷는다. 그러나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과연 학교에 구슬을 꿰어 줄 사람이 있는가? 또한 현재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경력단절여성, 청년 재취업과 같은 공공부문 교육사업에서 다양한 학생들의 진로와 스펙 그리고 산업동향에 따른 일자리 분석까지 할 수 있는 전문가적 식견을 갖춘 사람이 있는가? 애석하게도 없다.

우리의 직업 교육을 돌아보자. 우리는 단지 교육시설과 과정 등 하드웨어 투자만이 능사인 줄 안다. 피교육자들이 가지고 있는 직업관과 애로, 이를 극복하고 직업인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전문가에 대한 투자는 없다. 얼마 전 방문한 호주의 기술전문학교(TAFE·Technical And Further Education)는 최상의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기관으로 손꼽힌다. 여기서는 학생들의 개별적인 커리어를 관리하여 일자리와 연결시키는 전문가가 있다. 장기간 학생들과 상담하며, 자격증과 학과성적, 본인의 적성에 대해 함께 고민하여 적정한 일자리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하고 학생이 교과에 대해 적성이 없거나 흥미를 잃을 경우 이를 담당 교수와 의논하여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한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것은 학교시설이 낡은 점이었다. 학교의 외형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피교육생 즉 사람에게 투자한다는 느낌이 강했다.

현재 정부에서는 일자리위원회를 통한 청년실업 개선과 각종 교육프로그램을 이용한 취업 취약계층의 재취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대부분 교육 시설투자에 집중되어있다. 이에 일자리 전문가의 확충을 제안하고자 한다. 앞서 언급한 주장 외에도 산업의 불균형한 인력배치에 대한 적정한 해소 방안 중 하나라고 본다. 다양한 학생들의 진로를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대기업과 공무원으로 쏠려있는 현재의 구직활동의 과녁을 넓힐 수 있으리라 본다.

한 사람이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결정 중 하나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면 전문가로서의 성장과 더불어 잠재적으로는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재목이 된다.

그곳에서 만난 한 상담전문가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아른거린다. “장기간 학생들의 고민을 듣고 함께 해결하여 과정을 무사히 마쳐 직업인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낍니다.”

<김용현 | 한국폴리텍대학 교수·부산캠퍼스 자동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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