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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근로자에게는 생계를 넘어 생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이런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증가하고 있어 문제이다. 2016년을 기준으로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을 진정한 건수는 21만 건, 체불액은 1조4000억원을 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향상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이 있다.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다. 비용, 처리절차, 처리기간 등의 문제로 대부분의 근로자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근로자의 권리를 지켜주고 해결해 주어야 할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행정 업무는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어 역량과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결국 근로자들의 권리도 원활하게 해결해 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근로자의 임금을 책임져야 하는 근로감독관은 고용노동부의 일반행정직 공무원 중 일부를 사법경찰관 또는 사법경찰리로 임명하여 4주 정도의 교육을 하여 직무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근로감독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근로감독관이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최근 보도에 의하면 근로감독관이 근로기준법 제55조의 유급주휴일이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노동행정 현장에 있는 필자의 경험으로도 해고예고의 방법을 모른다든지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 범위, 더 나아가서 법원의 판례는 차지하더라도 고용노동부 지침과 행정해석을 모르는 근로감독관을 보면 이 보도가 단순히 일부 근로감독관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는 단순한 임금체불을 해결해 달라는 진정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근로감독관도 업무수행에 크게 문제가 없었으나 현재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임금체불 사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근로감독관의 전문성 향상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4주 교육을 받고 바로 임명된 근로감독관과 10년 이상 경력을 가진 근로감독관이 동일한 수준의 임금체불 사건을 처리한다는 사실이다. 경력 근로감독관과 초임 근로감독관과는 임금체불을 해결하는 능력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필자는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동일한 임금체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근로감독관을 만나느냐에 따라 해결 가능성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근로자가 임금체불 진정에서 가장 억울해하는 부분 중 하나는 근로감독관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근로감독관이 임금체불에 대해 어떤 결정을 하면 이에 대해 불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용자를 고소하여 검사의 판단을 받는 것인데 임금체불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의 업무폭주, 노동법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인하여 이의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근로감독관이 한번 잘못된 결정을 하면 사실상 번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노동현실은 날로 급변하고 있고 복잡해지고 있다. 근로자의 요구수준은 계속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근로감독행정은 수십 년째 같은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

단순히 근로감독관을 증원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감독관의 양성시스템과 역량강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리고 근로감독행정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선하여 억울한 근로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근로감독청 신설과 근로감독관 증원 등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물론 이런 방안들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만으로 근로자의 임금체불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근로자의 요구수준을 만족시킬 수 없다. 더 이상 억울한 근로자가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근로감독관의 역량강화 및 근로감독행정시스템의 전면적인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석진 |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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