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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다. 거리에 나선 이들이 확 달라졌다. 95% 국민들은 모두 헌법학 박사와 정치학 박사가 되어 피의자가 된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 무감각을 질책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제대로 심리를 한다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인용될 것이고, 현직 대통령은 쫓겨날 일만 남았다. 이때 구체제를 타도하는 시민혁명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직 시민혁명이라고 부르기엔 2%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독일 혁명가 구스타프 란다우에는 1907년 혁명을 ‘새로운 정신이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명명했다. 혁명은 위대하고 아름답고 거룩하다. 혁명은 세상을 바라보는 정신의 각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16년 한국의 시민혁명은 이처럼 숭고한 의미의 혁명 조건에 근접하기 위한 새로운 역사적 도전이다. 평범한 일상생활에 묻혀 지내왔던 사람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하면서 새롭게 혁명적 의식의 소유자로 재탄생하고 있다. 종래 혁명사에서 특이한 한국의 경험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에도 그러했다. 권력의 복종 대상이었던 사람들이 들고일어나 낡은 세상을 해체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면서 정치적 주체화의 길로 나아갔다. 자신의 이름으로 발언하고,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를 정립해 가는 과정은 수치심과 분노를 자신감과 성취감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민주주의 체험은 새로운 혁명의 시작이었다.

이번 국민항쟁은 고전적 의미의 혁명이 아닌 혁명의 또 다른 자율성을 띠고 있다. 첫째, 절대권력의 퇴진을 주장하면서도 평화롭고 질서를 갖춘 참여자의 자율성과 자발성에 기초하고 있다. 둘째, 이 자율혁명은 광장의 소란함 속에서도 직접민주주의를 실천함으로써 동요하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여지없이 드러내며 압박하고 있다. 광장정치와 의회권력 사이에 아무런 공식적 연계조직이 상설화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있다. 셋째, 사람들은 자신들의 참여와 실천이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선언조차 아직 마련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아가겠다는 열망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희망의 변혁의지야말로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자율혁명의 미학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 동력과 수위가 낮아지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진로를 찾으려는 주체적 방향의 실천이야말로 자율혁명의 성공조건을 이룬다.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코앞까지 행진해 나간 변혁과 해방의 기억은 직접민주주의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되돌릴 수 없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흔적을 남긴다. 따라서 2016년 시민혁명의 경험은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만들어 나가는 데 너무나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 될 것이다. 의회는 적폐 청산과 개혁입법, 이행기 정의 실현, 국가정책의 지속가능성 보장 등 중대의제를 수용해야 한다. 광장민심을 국민명령으로 알고 전면 제도화하여 자율혁명의 성공에 한몫을 다해야 할 것이다.

허상수 | 2017민주평화포럼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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