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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앞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을 출국금지한 검찰은 두 사람이 재임 당시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각종 조치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대법관에 대한 출금 조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법원이 두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자, 검찰 자체적으로 강수를 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은 인권과 정의의 최후 보루이며, 대법원장은 그 수장이자 표상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재임기간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출금된 것은 사법부의 불행이고 수치다. 물론 모두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고구마 줄기 캐듯 쏟아지는 의혹들은 사법행정권 남용 행태가 얼마나 광범위했는지 보여준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행정처는 전·현직 판사가 연루된 법조비리 수사상황을 보고받고,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사돈의 형사재판 상황을 관리했다고 한다. 대법원 재판예규에 어긋나는 행태로 직권남용이나 공무상 비밀누설이 될 소지가 짙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출처:경향신문 자료사진)

사법농단의 정황이 연일 보태지는데도 법원이 요지부동인 것은 유감스럽다. 검찰 관계자는 “자료제출 범위와 관련해 법원과의 입장 차가 크다. 저희가 필요하다고 한 것의 아주 일부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처 내에서도 기획조정실 외에 사법정책실·인사총괄심의관실 등의 하드디스크는 접근조차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법정책실은 상고법원 추진 주무부서이며, 인사총괄심의관실은 대법원이 특정 법관들을 사찰한 후 인사상 불이익을 가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부서다. 기조실 자료는 내놓고 다른 부서 자료는 못 내놓겠다는 것은 수사를 거부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23일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농단 관련 문건 410건 중 아직 공개되지 않은 228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진상규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법원행정처에 대한 우회적 반발로 해석된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관료화에 대한 반성으로 상설화한 법원 내 공식 기구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의 개혁과 독립을 갈망하는 법관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문건 전면 공개와 자료 제출 협조는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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