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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절감을 위한 ‘제로에너지빌딩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이란 건물의 단열 성능을 최대한 강화하고 건물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의 20% 이상을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건물을 말한다. 냉난방, 급탕, 조명, 환기 등에 고효율 설비를 적용하여 일반 건물 대비 70% 이상 에너지 손실을 줄이고,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해 건물의 에너지 자립 수준을 높인 획기적인 에너지절약형 친환경 건축물이다.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일찍부터 건물 부문의 에너지절감 중요성을 인지하고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에 앞장서 왔다. 유럽은 2020년까지 신축건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선언했다. 건물이 전체 에너지소비의 약 73%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2010년 대비 2030년까지 단위면적당 에너지소비량 50% 절감을 목표로 매년 600조원을 투자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까지 공공건물을, 2025년에는 민간건물 제로에너지빌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을 개정하여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를 도입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제는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에너지자립도,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설치 여부 등을 검토하여 건물에 등급을 부여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이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홍보와 추진 의지로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제 시행 1년 만에 13개의 건물이 인증을 획득하였다. 올해 말까지 40여개의 건물이 인증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사례로 신축 중인 한국에너지공단 울산사옥이 있다.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등을 적용하여 업무시설로는 최초로 설계단계에서부터 제로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예비인증을 획득했다. 또한 태양광,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자립률 61%를 확보한 노원 제로에너지 주택단지도 주택으로는 최적화된 실증단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제로에너지빌딩 보급에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는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높은 에너지 성능을 확보하려면 그만큼 비용 부담을 동반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에너지비용이 저렴한 우리나라에서 제로에너지빌딩이 보편화되기에는 경제적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 건축주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창, 차양, 단열재 등 건축자재를 패키지화하고, 냉난방, 조명, 환기 등 설비를 시스템화하여 제로에너지건축물에 적합하도록 표준화해야 한다. 특히 해당건물 내에서 자체 생산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만으로 에너지 자립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건물 또는 장소로부터 부족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조달할 수 있는 외부조달제도의 도입도 적극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단독주택부터 고층 빌딩, 도시 전체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자급자족의 ‘제로에너지시대’가 머지않았다. 다만 새롭게 제로에너지빌딩을 짓는 일과 함께 건물 에너지 소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건물 운영단계에서 에너지를 적재적소에 맞게 사용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강남훈 |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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