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좋은 교육공약 골라내는 방법

대선후보들이 교육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저마다 자신들의 공약으로 대한민국의 교육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15년간 교육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해온 입장에서는 무책임한 말들로 들린다. 일반 국민이 쏟아지는 공약들 속에서 좋은 교육정책을 골라내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므로 필자의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이 공약으로 누가 이익을 얻을까? 대선후보들이 자신의 공약은 국민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각각의 정책은 어떤 집단에 이익을 주기도 하고 빼앗기도 한다. 새롭게 제시하는 교육정책이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그 정책으로 인해 기득권이 더 많은 이익을 가질지 생각해 보면 된다. 대학 서열이나 고교 서열에서 상층부에 위치한 대학이나 고교들에 유리한 정책은 아무리 멋진 구실을 만들어서 제시하더라도 좋은 정책이 될 수 없다.

둘째, 지방분권화를 유도하고 있는가? 우리 교육에서 타파해야 할 가장 오래된 적폐는 중앙집권적인 관료주의이다. 국가가 교육 전반에 통제권을 행사하면서 획일적 교육을 강조하면 할수록 관료들이 힘을 얻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교육자치선거를 통해 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학교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상하 구조가 상당히 무너졌다. 지난 정권에서 진보교육감들과 중앙정부 간 충돌은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자치라는 것은 스스로 결정하려는 것을 방해하는 것과의 싸움을 말한다. 자치의 역사는 자치를 방해하는 힘과 싸우는 역사이다. 유럽은 오랜 세월 자치의 방해세력이 교회였지만 대한민국의 교육자치를 방해하는 세력은 중앙집권적 관료주의 세력이다.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우는 정책이 교육부의 힘을 실어주기보다는 지방교육자치단체나 학교의 힘을 실어준다면 좋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학교자치를 넘어서서 학부모가 국가에 위임했던 자녀의 교육권리를 언제든지 위임 철회해 학부모의 가치 실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제도경쟁을 유도하고 있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제도들은 대부분 기득권에 유리하도록 만들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가 획일적인 교육을 하는 것보다 다양한 가치를 표방하는 교육감들이 지역의 실정에 맞게 교육을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이유는 4년마다 국민들이 교육감들의 정책을 선거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국가 안에 다양한 가치의 교육정책이 경쟁하는 시스템이 가능하다. 교원승진과 관련해서도 기존의 승진제도 가산점을 중심으로 한 승진제도가 너무나 공고해서 많은 문제점을 만들고 있다. 평교사가 공모제를 통해 승진이 가능한 방식은 지난 10년 동안 2% 미만의 학교만 적용 가능하도록 꽁꽁 묶어두었다. 제도경쟁을 기득권이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는 제도권 교육과 비제도권 교육의 경쟁이 가능해야 한다. 지금은 세금을 일방적으로 제도권 교육에만 쏟아붓고 있다. 제도권 밖 다양한 교육과의 경쟁이 불가능한 구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대안교육을 실현하려는 부모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일이다. 덴마크 교육이 풍성한 이유는 공립학교와 학부모들이 만들어가는 15%의 대안학교들이 아름다운 제도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공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지만 또 다른 선택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기에 공교육 스스로가 변화할 이유가 없다. 공교육이 내부적으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면 외부의 제도경쟁을 통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교육 문제는 인간이 지금 가지고 있는 지혜로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가 교육개혁을 외치지만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너무 쉽게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 교육현장은 수많은 시도를 통해 충분히 피로에 쌓여있다. 새로운 시도를 종이 안에만 담아두는 노하우가 너무 많이 축적되어 있다. 대선후보들이 이 점을 좀 더 깊이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홍인기 |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