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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정당들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를 2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정당 후보는 10%, 3% 안팎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두 당이 하는 양을 보면 마치 대선을 포기한 듯하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입에서 맥이 빠진다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나온다. 바른정당에서는 유승민 후보를 밀기는커녕 홍 후보와의 단일화를 언급하고 있다. 어제는 의총을 열어 유 후보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두 당이 지리멸렬한 것은 보수 기득권에 빠져 새로운 보수의 통치철학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주변 정세에 편승한 대결적 남북관계와 그에 기댄 낡은 안보관을 금과옥조처럼 붙들고 있다. 시장만능주의와 대기업 중심의 경제관에 매달려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은 외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뒤에도 진솔한 반성 없이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오만까지 보였다. 보수 우위의 정치·여론 지형 위에서 안이하게 권력을 즐기기만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수 정당은 과거 한나라당 때도 이른바 ‘차떼기’ 대선자금 사건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박근혜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고 천막당사에서 다시 출발해 결국 재집권에 성공했다. 보수 정당이 지금 맞닥뜨린 위기는 그때보다 몇 갑절 더 엄중하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사활을 걸지 않고는 회생하기 어렵다. 회생을 위해서는 이번 대선을 잘 치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에는 정권을 잡지 못하더라도 야당으로서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로 새 출발하는 것 이외에 방법이 없다. 그러자면 현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선거에 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수는 진보와 더불어 사회를 지탱하는 양 날개다. 보수의 몰락은 모두의 불행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이제부터 탈출구를 찾아내야 한다. 술수나 꼼수로 빨리 일어서려는 생각보다 건강한 보수라는 방향을 잡는 데 더 천착해야 한다. 낡은 경제관과 안보관을 답습해서는 새 길을 찾기 어렵다. 설득력 있는 보수의 가치와 비전을 세우는 게 먼저다. 깊은 성찰과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시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자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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