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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 인정하지는 않지만 나 나름대로의 통찰을 통해 ‘초콜릿 이론’이라는 걸 만들었다. 이 이론은 이제 19살이 된 큰딸이 5살일 때 벌어진 일에서 깨닫게 된 것이다. 큰딸은 유난히 초콜릿을 좋아했다. 이가 썩어서 충치치료를 받은 후라 우리 부부는 초콜릿을 주지 않았다.
딸아이가 유일하게 초콜릿을 먹을 수 있는 기회는 외할아버지가 선물로 주실 때이다. 그날도 외할아버지가 초콜릿 2개를 선물로 주셨는데 마침 그날 사촌 동생인 은진이가 놀러왔다. 3살 은진이도 초콜릿을 발견한 순간 먹고 싶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
은진이를 달래기 위해 큰딸에게 나누어 먹으라고 이야기하자 영리한 큰딸은 사촌동생이 초콜릿을 먹어서는 안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말하기 시작했다. “은진이가 초콜릿을 먹으면, 이가 썩고 밥맛이 없어져 키도 안 커. 은진이는 초콜릿 먹으면 안돼.”
큰딸은 아내와 내가 평소 초콜릿을 먹지 못하게 했던 이유를 들어 열심히 은진이가 초콜릿을 먹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혼자 다 먹겠다는 이야기이다. 딸아이의 깜찍한 모습에 우리 모두는 웃었지만 개인적으로 큰 통찰을 얻었다.
어른들도 개인적으로 혹은 집단적으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얽힌 사안에 대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그럴싸한 논리를 펼친다.
처음에는 논리의 정교함에 따라 사람들이 속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초콜릿을 혼자 먹기 위한 논리임을 간파하게 된다. 사람들은 초콜릿에 목매는 개인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신뢰를 보내지 않는다. 많은 시민단체들이 비록 작은 목소리이지만 힘을 얻는 경우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벗어던지고 올바른 주장을 펼칠 때이다.
최근 교육계는 평교사가 교장이 되는 ‘내부형 공모제’의 확대가 뜨거운 감자이다. 이 정책의 확대를 가장 반대하는 단체는 그동안 정부수립 이래 교장승진을 독점해온 단체이다.
‘무자격 교장’이라는 그럴싸한 논리로 반대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그동안 자신들이 독차지해온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내가 독점하는 것은 괜찮지만 다른 단체가 새로운 제도를 통해 유리해지는 것은 안된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초콜릿은 달콤하지만 혼자 다 먹으면 이가 썩기 십상이다. 이가 썩으면 그 악취가 자신과 남에게 풍기게 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그 곁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악취를 풍기는 단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의 집단이라면 더욱 큰 문제이다.
<홍인기 |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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