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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년 만에 찾아온 폭염은 세계 기후변화에 한반도가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온실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것도 분명해졌다. 이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을 독일,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제국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세계 에너지원 비율이 가파르게 변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석탄, 원자력, 석유가 20% 이상 감소했고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는 30% 이상 증가했다. 우리는 작년에 뒤늦게 에너지전환에 합류했다. ‘탈원전, 탈석탄, 친재생’으로 요약되는 우리의 에너지전환은 세계적 추세의 일부분만 반영한 상태이다. 대표 정책인 ‘재생에너지 3020’도 세계 변화 속도보다는 늦다.

국가별로 처한 상황이 다른데 우리는 왜 세계 에너지전환을 따라야 하는가. 이제 이산화탄소(CO2) 배출과 미세먼지 같은 국제 환경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작년에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310조원대로 커졌다. 태양광 발전 시장만 180조원이다. 작년에 설치된 발전원은 재생에너지가 157기가와트(GW)인 반면 화석에너지는 70GW에 불과했다. 태양광 발전은 98GW로 가장 많이 설치됐다. 문제는 우리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4%도 안 된다는 것이다. 당장은 경제성이 좋다는 이유로 원전과 석탄발전만 육성해왔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탈석탄, 탈원전, 탈석유’ 배경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등 환경요인도 있지만 경제성과 시장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원전은 안전규제 강화와 시장축소로 가격이 매년 10%대로 오르고 있다. 반면, 태양광 발전의 경우 기술혁신과 시장확대로 5년마다 가격이 절반으로 급락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도 내려가고 있다. 반면, 지금도 가스 발전소에 비해 고가인 석탄·석유 발전소는 환경규제 강화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추세는 향후 30년 이후까지 지속되어,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의 60~85%가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 일본, 중국, 미국 등이 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연구개발과 시장확대에 나서는 이유다.

이러한 에너지전환에 대해 국내 일부에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특히 원자력 학계가 반발하고 있다. 원전은 안전하고 청정하며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그동안만 보면 그런 측면이 있다. 하지만 활성 지진대에 위치한 과밀 원전과 핵폐기물 처리, 미래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문제는 해결이 어렵다. 미국이 지금 원전 3기를 조기 폐쇄하는 이유는 경제성이 없어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당장 대학의 원자력 분야 학생 지원이 급감하고 있다. 장래가 불확실해서인데, 방치해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장기적인 원자력 인력 전환 로드맵이 필요하다. 참고로, 국내 원전 종사자 중 원자력 전공자는 8%에 불과하며 이는 인문사회 전공자 11%보다도 적다. 대책을 잘 마련하면 대학 원자력학과 문제는 해결 가능한 것이다.

미국의 탈원전 성공사례는 시사점이 많다. 1979년 스리마일섬 원전사고 이후 40여 년간 신규원전 건설을 중단했지만 원전부품과 설계·운영기술은 계속 수출하고 있다. 대학과 연구기관은 원자력 발전분야를 대폭 줄이는 대신 방사선 분야를 늘리는 구조조정을 했다. 방사선 분야는 방사선 의료, 비파괴검사, 농식품 저장, 보안검색 등으로 작년 세계시장이 약 330조원에 달했다. 원전보다 훨씬 큰 시장이며, 매년 12% 이상 성장한다.

현재 국내 원자력 시장 비율은 원전 82% 대 방사선 18%로서 미국의 25% 대 75%, 일본의 54% 대 46%와 크게 대비된다. 대학의 원자력학과 자체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원전에 치중했던 커리큘럼도 방사선 분야는 물론 미래 에너지 전망에 맞게 다양하게 개편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전환에 따른 창의·융합형 연구개발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44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에너지전환 관련 원자력 분야 기술개발(원전 설계·운영·해체 등)에도 매년 약 700억원을 지원한다. 원자력계가 에너지전환에 앞장선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좋은 기회다.

<임춘택 | 한국에너지기술평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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