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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더워도 너무 더웠다. 더위도 더위지만, 여름 내내 걱정스러웠던 것은 오존주의보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혹한과 미세먼지는 그나마 반비례했지만, 폭염과 오존은 그렇지 않다. 수도권 기준으로, 폭염일의 오존 ‘나쁨’ 이상 발생 비율은 비폭염일 대비 2.3배, 오존주의보 발령 비율은 비폭염일 대비 5.5배로 나타났다. 이는 높은 기온과 강한 자외선, 공기 흐름의 정체라는 기상 조건이 오존 발생의 3박자로 딱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산화탄소나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미세먼지마저도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에 비해, 오존은 해를 거듭할수록 현격하게 증가하고 첫 발령일도 빨라지고 있다. 오존주의보 발령 횟수는 2012년 66회에 비해 지난해 276회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첫 발령일 역시 4월로 빨라졌고, 특히 올해는 지난해(4월30일)보다 11일이나 빨리 첫 주의보가 발령됐다.

왜 오존 관리가 잘 되지 않을까? 일단 발생원에 대한 파악이 미흡해서이다. 이론상 오존은 자동차나 공장에서 배출된 질소산화물(NOx)과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등이 강한 자외선과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된다. 그런데 현재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원 및 배출량이 불명하다. 자동차,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는 어느 정도 관리가 된다 치더라도 도장시설, 세탁소, 인쇄시설 등 소규모 사업장에 대해서는 관리는커녕 파악조차 미흡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황사의 경우 노랗고 미세먼지의 경우 뿌옇다. 그러나 오존은 무색의 자극성 기체로, 냄새(인쇄소의 금속성 냄새)가 있다고는 하나, 유기용제 사용 시설이 아닌 공간에서는 맡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착한 오존’에만 익숙하지 ‘나쁜 오존’에는 낯설다. 착한 오존이라 함은, 대기권 밖 성층권 내 고도 25~30㎞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며, 태양에서 방출하는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하여 지표로 도달하는 것을 막아 생명체를 보호하는 오존층을 말한다. 우리는 오존층이 파괴되지 않도록 프레온 가스 배출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에는 익숙하지만, 지표면의 ‘나쁜’ 오존을 없애야 하고 피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지 않는다.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두 얼굴을 간과하다 보니,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어도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0.08ppm의 오존에 하루 8시간 노출될 경우 사망률이 3∼5% 늘어날 수 있고, 6시간 이상 노출되면 젊고 건강한 성인에게도 염증성 폐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비견되는 무서운 독성가스인 셈이다. 더구나 미세먼지와 달리 기체성이라 마스크로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오존의 배출원을 파악하고 감축하는 노력을 함에 앞서 ‘오존’의 이중성을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외출을 자제시키는 것 외에도 시민들이 피해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이를 홍보해야 한다. 환경부 매뉴얼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한낮에 주유를 피하는 것이 좋다. 뿐만 아니라 오존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는, 가득 채워 주유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당장 오존 감축이 힘들지라도, 상세한 대응 매뉴얼이 시급하다.

<지현영 | 환경재단 미세먼지 센터 사무국장·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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