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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4일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이 통과돼 시행 중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법률의 제1조를 보면 특수외국어를 배우려는 국민들에게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기회를 제공해 특수외국어 구사 능력자를 양성, 국가 경쟁력을 기르자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영어만이 만사’라는 공식은 이미 깨졌다.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언어와 문화를 아는 인재 양성은 교육의 중대한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육부는 이미 시행령(안)에 중동·아프리카 12개, 유라시아 7개, 인도·아세안 14개, 유럽 18개, 중남미 2개 언어 등 총 53개 언어를 특수외국어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의 경우 대외 지향적인 정책을 펼쳐 인재들을 해외로 보내 국위도 선양하고 이들을 지역전문가로 키워나가야 한다. 이는 정권에 관계없이 상시적으로 필요한 정책이며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는 특수외국어 구사자가 없어 낭패를 본 적이 많다. 필자가 경험한 에피소드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국방부는 2004년 자이툰 부대를 이라크에 파견하면서 우리 장병들에게 아랍어교육을 시켰다. 그런데 막상 현지에 가보니 아랍어가 아닌 쿠르드어가 공용어로 쓰이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쿠르드어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다만 쿠르드어에 대한 논문을 한 편 냈을 뿐인데, 거의 강제로 국방부에 소환(?)돼 장병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이 법률이 효과적으로 집행되려면 주무부서인 교육부와 권한을 위임받은 국립국제교육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수외국어 교육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과 관련,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 외국어 교육은 단시간에 전문가로 길러지는 전문가가 아님을 인지하고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입안해야 한다. 서구의 국가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2~3개의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둘째, 일단 국익과 밀접하고 시급한 언어부터 특수외국어로 선정해 정책을 수립하고 점차적으로 그 폭을 하루라도 빨리 넓혀가도록 한다. 이를 위해 정부, 공기업, 사기업들로부터 필요한 언어별 수요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이 언어를 배운 사람들이 국가공인시험제도를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해야 한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소홀히 한다면 운영이 부실해 이 법률의 목적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격증 취득자에 대한 재교육도 이루어져야 한다.

넷째, 교재개발 시에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든 혼자서라도 교재와 CD를 가지고 독학을 할 수 있는 초보부터 고급까지 접근이 가능한 교재를 만드는 일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다섯째,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해외동포들 가운데 특수외국어 능통자의 인력풀을 조사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교재개발과 문화교육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특수외국어 분야에서 정년을 한 전직 교수와 교사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특수교육 소외지역도 줄어들 것이다.

김종도 | 명지대 교수·한국중동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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