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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교육의 세 주체는 학생, 학부모, 교사라고 한다. 주체라 함은 예산권을 빼고 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학부모는 국가 교육 예산의 대부분을 내는 세금의 부담자이면서도 예산상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예산이 없는데 무슨 주체란 말인가? 그동안 학부모는 교육의 중심 주체로 설 수 있는 여건과 기반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던 것이다. 말만의 주체였던 것이다.

 

모든 학교에는 학부모회와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같은 학부모가 참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기구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에게는 무급 자원봉사가 당연시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회나 학운위는 본래 기대되는 고유의 실제적인 역할보다는 명예직이거나 형식적인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학교에서 매년 학부모회나 학운위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구성되더라도 학교당국의 들러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2020년대를 살아가는 민주주의 시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며 교육 자치와도 전혀 맞지 않은 모습이다.

‘학부모회 활성화’는 교육자치 시대에 역사적인 과제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배정된 예산이 거의 없는데 무슨 수로 활성화를 말할 수 있을까? 교사들에게 무급 자원봉사를 요구하지 않듯이 제대로 된 학부모회 활동을 위해서는 반드시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필자는 교육 예산의 1%를 학부모 활동에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각 학교의 학부모회나 학운위와 같이 학부모들이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기구에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 학부모회와 학운위가 제대로 운영되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나 많다. 학교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의견 개진, 학교 교육 모니터링, 학부모의 학교 교육 활동 참여 및 지원, 학교 회계의 예산 및 결산 심사, 교육과정의 운영방법 참여, 교육용 도서 및 교육자료의 선정, 현장학습, 급식개선 참여, 기타 교육활동 등.

그렇다면 학부모회, 학운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우리 사회 학령인구는 저출생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2001년 841만명에 달하던 학령인구는 2021년 594만명으로 30% 줄었다. 반면 교육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재정교부금은 2001년 19조3000억원에서 2021년 82조2000억원으로 무려 315%나 증가되었다. 앞으로 학령인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학생 1인당 투입되는 교육 재정도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넘어섰다. 이제는 그동안 교육 예산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던 학부모회 관련 예산이 대폭 확보되어야 하는 재정적인 충분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우리 자녀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연간 예산은 시설비를 제외하고도 19억원에 이른다. 웬만한 중소기업 연간 매출이다. 그런데 이를 감사하고 견제할 장치가 전혀 없다. 중소기업이든 단체는 별도의 감사를 두지만 학교에는 그런 장치가 전혀 없다.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전국의 모든 학교 예산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학운위와 학부모회가 있지만 대부분이 무급 봉사직으로 운영되어 실질적인 역할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학부모들 가운데에는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분이 너무나 많다. 이분들에게 정당한 활동비가 지급되어 이분들의 능력을 학교 교육에 활용한다면 학교가 더욱 민주화되고 자치화되는 데에 큰 기여와 역할을 할 것이다.

교육 예산 편성과 감시에 학부모가 참여하는 선에 그치지 않고 학부모 기구에 실질적인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매우 논리적이고 타당하다. 교육 예산의 출처는 학부모들이 직접 납부한 세금이기에 학부모(학생)는 교육의 수요자임과 동시에 공급자이다. 따라서 학부모는 교육과 관련한 모든 활동에 있어서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참여할 권리가 있다.

오는 6월1일 교육감 선거가 다가온다. 이번 교육감 후보들은 다른 어떤 이슈보다도 학부모 권리가 확대되고 보장되는 주장에 귀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권리의 핵심은 예산이다.

학부모 활동 관련한 실질적인 교육 재정의 투입으로 학부모들의 실질적인 교육참여를 보장하고 권리가 확대되어야 한다. 그 시작을 전체 교육 재정의 1%를 학부모 활동에 지원하는 것에서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박용환 전 용인 성복초 운영위원·비리사립유치원 범죄수익환수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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